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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소망

우리 동네

들판 2008. 7. 17. 13:58
아주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도봉구에서 살았다. 충청도가 고향이신 아빠와 황해도가 고향이신 증조할머니 밑에서 서울 을지로 토박이로 자라신 엄마는 중매로 만나셨다는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도봉구로 이사를 오시게 된 건 다름 아닌, 아빠의 직장 때문이였다.
두 분께서는 얼마 간의 연애기간을 거쳐서 영등포구 등촌동에 첫 살림을 차리셨었는데 (지금은 신의 직장이라고들 이야기 하는...-.-;;; ) 공사에 다니셨던 아빠께서 내가 태어난 지 얼마 후에 우연히 의정부 쪽으로 발령을 받으셨고 그 바람에 출퇴근의 압력으로 의정부와 가까운 도봉구로 이사를 오시게 된 것이였다. 그 후로 도봉구에서만 3번 정도의 이사를 거쳐 초등학교 4학년 때 현재의 친정인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온 이후 25년이 넘게 그곳에서 살고 계시다.
당시 본가는 마포였고 외가는 금호동 쪽이였기 때문에 우리집에서 외가나 친가를 가려고 하면 꽤 먼 길이 됐었던 기억이 든다. 그래서 명절이면 특별히 택시를 타고 다녔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우리 집 앞까지 늘 걸어다니던 그곳을 순식간에 미끌어지듯이 데려다주던 그 택시의 신속함이란.. 어린 맘에 늘.. 조금만 더 탔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던거 같다.

내 어린시절의 기억속에 담긴 우리동네의 모습은

-안개낀 골목과 무수교를 지나 학교(도봉 초등학교)로 가던 길(어린 마음에도 너무 낭만적이였던 길!)
-설날을 준비하며 엄마와 세딸이 함께 떡쌀을 가지고 방앗간에 가던 길(아마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이날, 우리 엄마는 옆에서 보기에도 참 어렵게 그 길을 가셨었다. 아마도 난생처음? 머리에 뭔가를 이셨던게 아닐까. 그 후론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 아무튼 중간에 몇차례 내려놓았다 올렸다를 반복하면서 갔다)
-사이길로 뛰어다니면서 숨바곡질 하던 골목
-땅거미가 질 무렵, 소꼽놀이하던 풍경
-밤나무골로 아이들끼리 소풍갈때의 길고 꼬부라진 나른했던 길.
-송사리잡고 놀던 냇가
-운동 삼아 동네 한바퀴를 돌 때면 아침을 맞아 분주히 문을 열던 상점들
-개천 옆에 늘어져 있던 해바라기와 잠자리들. 겁이 많아서 잡아보지도 못했던 그 잠자리... 
-우리집 마당에 심어져있던 분꽃, 채송화, 사루비아... 그리고 대문 담에 심어져있었던 빨간 장미와 라일락 향기..
-골목안에서 뛰돌던 동네 친구들과의 즐거운 놀이(다방구, 술래잡기, 고무줄. 색깔찾기.....)

이런 기억들이 떠오른다.
그 속에서 어린 나는 자매들과 동네 친구,언니,동생들과 신나게 뛰어놀았었다.
하지만 이사 후 (현재의 친정집) 나의 놀이문화는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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