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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엄마, 선물이야

들판 2010. 3. 23. 10:37
#1
씻으려고 욕실로 들어가는데
저쪽에서 똘이가 온다
뭘 감췄는지 손을 뒤로하고선

엄마, 선물이야. 뭔지 궁금하지?
응. 뭔데?
짜안~ (하고 자석가베로 만든 뭔가를 내민다.)
아! 집이구나~! 
..
정말 멋진걸. 엄마가 씻고나서 사진으로 찍어야겠다!
그래, 엄마. 사진도 찍고 만져도 보고 부셔도 봐. 내가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깐!

#2
요즘 똘이가 부쩍 노래를 많이 부른다
"어젯밤 꿈속에~ 나는 나는 날개달고 구름보다 더 높이 올라 올라 갔지요~"
"사이좋게 놀다가 심술부리면 삐쭉이 빼쭉이 삐쭉이 빼쭉이~"

#3
엄마 오늘자고나면 무슨날이되?
화요일
에이...또 자고나면?
수요일
에이...또 자고나면?
목요일
에이...또 자고나면?
금요일
에이...또 자고나면?
토요일
앗싸~ 또 자고나면?
일요일
앗싸~ 또 자고나면?
월요일
에이...
난 토요일하고 일요일이 좋아!

#3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를 녹음해오라고 하고 그 책도 가져와서 친구들과 같이 보게 한다
별님반때부터 했던건데
똘이는 아직도, 친구들과 책을 나눠 읽기를 싫어한다
그런데 이번엔 새로운 이유가 있었다
밤중에 누워서 잠이 안오는지 계속 질문공세를 퍼붓는데
한참을 이 문제를 가지고 설명을 하였더니
문득,
내가 어린이집에서 맨날 꼴등으로 밥먹는단 말야
나는 꼴등하는거 너무 싫어
랜다
꼴등이 나쁜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해줘도 절대 싫단다
그리고 또 친구들과 서로 책을 바꿔서 보는거랬더니
나는 친구들 책 못 읽는단말야
나는 밥 꼴등으로 먹어서 책 못읽어

아!......

내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밥을 다 먹고 난 아이만이 책을 읽도록 하는 어쩌면 약간의 의도가 있는 스케쥴이 어린이집에 있었던 거다
똘이는 이것이 불만이였고 선생님께 말하기는 어려웠던것 같다
담임 선생님과 아침에 이 문제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똘이 말대로 밥을 다 먹어야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하고
책을 읽는것에 아이들 사이에 일종의 경쟁 같은것이 있는것 같았다
똘이는 아마도 이 경쟁에서 "밥을 늦게 먹는다는" 약점때문에 뒤쳐지고 있었던것이다.
그것이 더욱 밥을 빨리 먹는것에 대한 부담과 또 친구에게 똘이의 책을 빌려주지 못하는 이유로서 변질게 된게 아닌가 싶었다

책을 집에서 더 충분히 읽어줘야겠단 생각과
똘이가 다시 밥먹기 어려워하는 시즌이 되고 있다는 자각이 생겼다
아무래도 한약 먹을때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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