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 느릿 인생

다소 무뎌진? 아니, 성능이 향상된! 본문

단밤

다소 무뎌진? 아니, 성능이 향상된!

들판 2011. 3. 28. 10:32
똘이를 낳고 키우면서
혹시라도 나의 실수나 부주의함때문에 똘이를 잘 보살피지 못하는것은 아닐까 라는 조바심이 늘 있었던것 같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인 내가
그나마 맘편이 잠을 자 왔던것은
스스로 그런 내 모습을 인정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실수를 즐기기도 했기 때문이였다. 이건 우리 엄마의 극도의 완벽주의에 대한 반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그런변명이 통할리도 없고
또, 살다보니 도를 넘은 헛점투성이란게 드러나기도 했지만...
아무튼 어느 순간 나도 사실은 완벽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는걸 깨닫고 나서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렸던거 같기도 하다.
똘이를 키울때는 그래서
무심하고 또 실수투성이인 나를 경계하기위해 나름 애를 썼던거 같다.
찬찬히 기록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나름 "육아"에 임하려고 했던거 같다.
근데, 오늘아침엔 다소 무뎌진 나를 발견하였다.

아침에 일어난 똘이 코 언저리에 코피가 묻어 있었다.
잠시 소파에 누워있도록 시키고 (물론, 30초 누워있다가 금새 일어났다 --; )
이리 저리 살펴보고 묻은 피를 닦아냈다
팔목, 배, 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견한 것은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떨어진 피 한방울...
그 와중에 똘이가 묻는다. "엄마, 어린이집 가는거야?"
"삐뽀비뽀 119 소아과" 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똘이가 코가 막혀하던 것과 코를 후비다가 코피가 났던 적이 있단 얘기를 어린이집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전적이 곧 떠올랐다.
괜챦아! 해주고는 곧 옷을 갈아입히는 것으로 끝냈다.

어제 똘이가 요구르트병을 들고 있댜가 엎었다.
처음에 그런 일을 당하였을 때 생각보다 작은 요구르트병에 많은 양이 들어있어서 놀란적이 있다.
그럴때 똘이를 얼른 그 상황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게 1차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아니면 쏟아진걸 만져서 생기는 2차 상황은 치우는 일을 더 고되게 한다.
세-네살 때는 발로 밟아대는 바람에...
암튼 어제 그걸 치우면서 남편과 둘이서 "우리도 꽤 단련되었다"고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오늘 아침에도,
정성것 만든 딸기주스를 들고 한번 휘청 하는가 싶더니 반 이상을 쏟아버렸다. 그것도 소파에.
그걸 또 손으로 만져보고 싶어하는것을 엄포로서 말리고 (다행인게 엄포를 놓으면 이제 안한다)
다 치우고 나니 바쁜 아침시간이 십여분이 흘러버렸다.

잘못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건 안된단다~ 라고 말해주었던게 갑자기 생각난다.
이 말은 진리인데 나도 지키기는 참 어려운 일인걸!

'단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동교회 주일예배 설교: 침묵하지 말고 전하라  (0) 2011.04.11
고민을 실체에 다가갈수록 나약해지는  (0) 2011.04.06
지금 이순간  (0) 2011.03.14
뉴스...  (0) 2011.03.10
관계  (0) 2011.02.14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