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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날짜 지난 요구르트 먹고 혼난 아빠..

들판 2009. 1. 22. 10:07
예전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쪽으로 엄마, 아빠의 행동은 변해가기도 한다.
하루 이틀쯤 날짜가 지난 요구르트를 먹는것. 그것도 그 중 한가지이다.

아빠는 아침에 요구르트 하나를 마시고 출근을 한다.
오늘 아침 똘이아빠는, 여느때처럼 요구르트를 마시려다 문득 하루가 지난 똘이의 "gut 구트" 를 발견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것을 본인이 먹고 빈병을 싱크대 선반위에 올려놓고 출근을 했다.
(일주일에 한번 장을 보는지라 유통기한을 넉넉히 잡아 구입하곤 했는데 불가피하게 이번주엔 날짜가 촉박한것을 가져왔었나보다. 요구르트 구입은 아빠담당이라 엄마는 그 사실을 미쳐 몰랐구 아빠는 바빠서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이 어떤날인가.
바로, 어제 똘이는 배탈이 나서 하루종일 열숟갈도 안먹었었고
찬 음료와 그 좋아하는 유제품이 금지였었다.
아침에, 요구르트를 먹고 싶다고 우는 녀석을 달랬던 것도 바로 아빠였는데...
똘이가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저거 누가 먹은 거예요?"
엄마가 발견하기 전에 똘이의 눈에 띄인 아빠가 먹은 요구르트병...
뭐라고 둘러대야 하지? 라고 순간 갈등했었다 엄마는... 순발력 없음을 한탄도 했다
그러다가 어쩔수 없이 아빠맴매 모드로 들어갔다.
몸도 안좋은데, 어린이집도 가야하는데 혼내기는 싫었기 때문이었다.

똘이몫을 건드리면 절대 안된다.
이 전제하에 똘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빠의 잘못을 지적해주고 혼내주마 약속을 했다 ㅎㅎ
근데 녀석 어제오늘 먹고 싶은걸 꽤 참았던지라 쉽게 울음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현장에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아빠에게 전화를 걸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똘이는 더욱 서럽게 울었고 아빠에게 다짐을 받고 조금 있다가 울음을 그쳤다.

하루 지난 요구르트를 먹고
똘이한테 잘못했다고 사과도 한 남편...
아마도, 똘이가 태어나기 전이였었다면, 날짜 지난걸 왜 먹었냐고 나한테 잔소리 들었었겠지만
지금은 참 엉뚱하게도 아이걸 뺏어먹은 아빠가 되어버렸다.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아마도 엄마, 아빠 노릇을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참 비일비재하다는 걸 어느 순간부터 느꼈기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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