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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저녁 마실 다녀오다

들판 2009. 8. 28. 10:22
어제는 정말이지 지쳐서 저녁밥을 하기가 싫어서 똘이와 둘이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똘이 하원길에 가방들을 집에다 두고서 다시 집을 나섰다
그 와중에 똘이는 껌이랑 쵸코렛이랑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먹는다
"똘이야, 밥먹으러 갈건데 뭘 그리 먹니!!"

아빠가 점심에 햄버거를 먹었다던 말이 생각나서
똘이와 처음으로 햄버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동네에 버거킹이 있는데 다행히 그 옆에 우리가 좋아하는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ㅎㅎ

코스 1. 버거킹
무얼 먹을까.. 하다가 예전에 자주먹던 와퍼 주니어 생각이 나서 세트를 하나 주문하고
혹시몰라 똘이가 좋아하는 치킨류를 하나 시켰다
버거킹은 정말 오랜만이라 똘이 낳고는 처음인듯 하다
내가 잘 먹었던것은 와퍼주니어 말고 직사각형 모양의 햄버거였는데 뭔지 찾질 못하겠더라 ^^
암튼 오랜만에 불량식품 감자튀김도 먹고 콜라도 마셨다
똘이는 햄버거를 극구사양해서 너겟 네조각과 감자튀김을 먹었다

코스 2. 서점
버거킹 바로 옆에 똘이와 자주가는 서점이 있었다
난 여행책을 좀 보려고 했지만 똘이가 자기 옆에 붙어있으라고 하도 성화여서
유아책 코너에서 잠시 있었다
비룡소에서 나온 책을 두권 정도 읽어주었다
"나는 자동차가 좋아" "나는 별이 좋아" 여자작가인듯한데 1910년에 태어나서 1952년에 죽었다.
마흔 둘이 되기 전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과 글을 쓰고 갔으니 괜챦은 인생이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화책의 내용은 너무 단순하면서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뭔갈 이루는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코스 3. 베스킨~~
사랑니를 뺀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는데
드디어!!
똘이는 피스타치오 아몬드, 나는 폴라베어~!
똘이가 말한다. "엄마꺼 뺏어먹어도 되요? " 응! 이라고 대답해줬다
조금있다가 다시 말한다. "뺏어먹는게 아니고 같이 먹어요!" 라고...
똘이는 엄마것을 더 맛있어 했다.

코스 4. Red deer
50% 하는 칠부 청바지를 하나 샀다
어울리는 티셔츠를 찾았는데 마땅한게 없었다
똘이가 좋아하는 걸로 직접 고르게 해주고 싶다
난 똘이 옷을 사주고 싶은데 똘이는 주위에서 물려받는 옷이 많아서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절약이 되어서 좋긴 하지만 가끔은 속상하기도 하다
예쁜 아기 옷을 고르는 것도 기쁨이니깐.

코스 5. 빵집
아침에 먹을 빵을 한봉지 구입했다
요기에 쨈을 발라주면 잘 먹을 것이다!!

+ 오늘 아침에 두개를 발라 주었는데 한개만 먹여서 집을 나섰다.
한개는 봉지에 싸서 어린이집에서 먹으라고 가져왔는데
버스안에서 문득, 이걸 다 먹고 점심을 조금만 먹으면 어쩌나..걱정이 됐다
그래서 엄마 학교가서 먹게 달라고 했더니 녀석 왈. "그러게 한개 더 달라고 했쟎아요!" 라면서 절대 안준다
달님반 교실앞에서 지극한 뽀뽀세례를 받고 거하게 인사도 받고
마지막으로 녀석이 울먹이면서 빵봉지를 건네준다
"엄마, 이거 학교 가서 먹어요.." 라면서
살짝 마음이 울컥했다


코스 6. 문방구
토요일날 보육센터에서 하는 미술놀이를 신청해놨는데 준비물이 꽤 되더라
집에 없는 물감, 파스텔을 갖고 오라길래 구입했다
문방구에 들어서서 고르려는데 녀석이 "엄마, 쉬마려워요..."
냅다 근처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데
혹시라도 문방구에 다시 안갈까봐 걱정이 되는지 문방구 가자구 난리다
그리고. 스티커 한개를 득템하였다

발바닥 공원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녀석이 콧노래를 부른다
완전 캄캄해졌다고 좋아죽겠단다
이렇게 늦게 돌아다니는게 오랜만인건지 엄마랑 둘이 다녀서 좋은건지 밖이여서 그런건지...
완전 신이 났다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똥꼬래
과자를 먹으면 코로 나온대~! "
ㅋㅋㅋㅋㅋㅋㅋ

집에오니 9시였다
여섯시쯤 나갔으니 세시간의 데이트 & 쇼핑 이였네...
똘이네 어린이집에서 수두가 발생했단다.
똘이 몸에서 자국이 보인다고 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이 헤프닝으로 끝났다.
헤프닝이면 사실 억울할 법도 한데
엄마가 되고 보니, 헤프닝으로 끝난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오히려 세심하게 관찰하고 대비하는 곳이라 생각되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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