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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 느릿 인생
갑진년 새해다. 벌써 창밖은 어둑해졌네. 하루가 지나가는게 아쉽다. 어제 오늘은 한 삼십분 정도 피아노를 쳤다. 결혼한 이후 대개 그랬지만 유독 이 아파트에 이사 온 뒤로는 아무래도 예민한 이웃들을 배려한 탓에 감히 피아노 소리를 낼 용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삼십분 정도 피아노를 쳤고 정말 오랜만에 새벽에 깨질 않고 잤다. 자랄 때, 엄마의 지원과 통제 덕택에 피아노를 열심히 쳤던 게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빛을 보는 듯 하다. 비록 초등학교 3학년때 실력보다도 못한 상태이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으니 엄마 말 듣길 잘했네. 그래서 오늘도 슬쩍 피아노 앞에 앉아보았다. 옆집, 아랫집, 윗집... 에서 인터폰이 올까 염려되긴 하나 혹시라도 인터폰이 온다면 우리집 녀석 핑계를 ..
김남주에 관한 늦봄의 평을 읽고 싶어 옥중편지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편지 스스로의 불감증이 어쩌면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는 늦봄을 읽으며 안스러움을 느꼈다. 그는 감옥에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했다. "무언가 남이 못한 이야기, 안 한 이야기, 참신하고 창조적인 글을 쓰고, 멋진 강연을 하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강의를 하고, 감명 깊은 설교를 해야 한다느 생각이 늘 나의 마음을 누르고 있죠. 성경을 읽을 때뿐 아니라 모든 독서를 할 때도, 명상을 하면서... 여기 들어와서는 그런 모든 부담에서 벗어나 있어요. 그렇게 담담하게 성경을 읽은 덕에 히브리민중사 같은 책이 쓰이게 되었구요" 가끔 그에게서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사람에 관한 궁금증으로 그의 사료에도 더 다가가게 된다...
바야흐로 똘이는 고딩이 되었다. 담임샘이 과학샘이라지? 응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셔? 몰라. 오늘은 다른 선생님이었어. 과학이 4과목이라니깐 그래? 무슨 무슨 과목인데? ABCD ..... "아.. 하나마나한 대답. ABCD가 뭐야. 나도 물화생지 정도는 아는데 좀 정보를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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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블로그를 읽으면서 과거 똘이 면면을 읽어내려가다보니 문득, 그립지만 여기까지만 즐겁자. 해야 할 일들이 많구나.. 그래도 몇가지라도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남겨둔다. 똘이는 요새 파운데이션 이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읽고 있다. 밤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를 하는 훌륭한 중딩이다. 물론 하루에 수시로 유튜브로 축구 영상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게임에도 흠뻑~ 그래도 여전히, 엄마가 집에 들어오고 나갈때마다 정답게 안녕해주고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즐겁게 해내고 있다 예전보다 함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옆에 가만히 앉아본다 그럴때면 똘이는 이런 저런 얘기를 건네온다 요즘 유행하는 깡에 관해서도 좋아 하는 축구팀과 선수에 관한 품평도 그리고 혼자 나갔던 산책길에 본 풍경이야기도..
자다가 깨다 정말이 반짝 깨지지 않지만 다시 잠들기는 어렵고 머릿속이 복잡하고 말들이 떠다닌다 해야 할 일들에 관한 구상과 밀린 일들에 대한 부담과 안타까운 순간들에 관한 미련이 섞여서 마음이 산란스럽다 슬기롭게 살고 싶은데 이 나이에도 그것이 참 어렵다 어떻게 살 것인가
왜냐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선물이다. 하지만 점점, 왜냐고 물어볼 수 없는 사정들이 생기면서 마음에는 남겨진 질문들이 쌓인다 어떻게든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이젠 버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젯밤 남편이 나에게 "당신은 너무 순수하고 불의를 참지 못해" 라고 말해줬다. 이후로 이어진 대화의 내용을 통해 짐작해 보건대, 남편이 말하고자 하는 본의는 그럼으로인하여, 내가 야기할 수 있는 불협화음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스스로 성찰해보라는 뜻인듯 하다. 생각해보니, 이제 나도 인내를 실현해야 할 때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순간 순간 최선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긴 어렵겠지만.... 차라리 말을 아끼는 편이 나은건가..? 그러고 보면 질문할 수 있었던 때가 행복했다 무엇보다 내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