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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꽥꽥꽥 VS 꽉꽉꽉

들판 2010. 1. 4. 23:42

#1
열권 정도 책을 읽었는데
유독 오늘 똘이를 사로잡은 대목은
아기오리 꽥꽥꽥, 엄마오리 꽉꽉꽉~ 이였다

왜 아기오리는 꽥꽥꽥 인데 엄마오리는 꽉꽉꽉 이냐고 묻길래
내 생각대로,
똑같은 단어를 말하더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맥락에서 설명을 해주느라고
"엄마" 를 가지고 서로 말해보기를 반복했더니
그게 재밌었는지
반복 말하기에 심취해서 꽥꽥꽥과 꽉꽉꽉이 꼬리잡기를 한참을 하였다가
아예 자기전까지 후렴구로 사용하였다
엄마, 매실 마시고 싶어요. 꽥꽥꽥
그래, 먹으러 가자. 꽉꽉꽉

#2
누워 있는데 귀에 입을 대곤 뭐라고 소곤 소곤한다
도무지 뭐라는지 알수가 없어서
다시 한번 말해보라 했더니
"엄마 사랑해요 꽥꽥꽥" 이란다

계속 뒤척이더니
엄마 팔을 끌어가서 팔베개를 하곤
곧이어
꼭 안아줘 라고 다른 팔마저 가져가서 몸 위에 감싸안게 한다
엄마몸은 그저 움직이는 똘이의 로보트...
아이고 이녀석..
요새는 꼭 이러고 잘려고 한다
다섯살이 된지 나흘째..


#3
똘이에게 존댓말쓰는걸 가르쳐 주려고
똘이에게 존댓말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녀석이 강하게 반발한다
엄마, 그렇게 말하지 말어
엄마, ~해라. 하라구! 
왜그러는데?
그러면 엄마 아닌거 같아

처음엔 그저 웃으면서 넘겼는데
똘이는 존댓말을 하는 내 말투에서 긴장을 느끼는거 같다
하물며 똘이는 내가 똘아! 라고 크게 부르면 깜짝 놀라기까지 하니깐.
엄마의 말 한마디, 말하는 태도 하나도 아이에겐 큰 영향을 끼치는것 같다
존댓말의 일상화를 도모해보려던 엄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똘이는 벌써 나름의 일상성을 규정해 놓고 그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형성한것이다
일관되게 하지 못한 내 잘못도 있지만
예민한 똘이의 기질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다
똘이에게 나같은 엄마, 괜챦은 걸까? 어떻게 해주는것이 더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4
엄마아빠 말을 듣지 않는 녀석이 집에 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 집에도 그런 녀석 있지? 라며 똘이를 쳐다보았더니
자기는 아니란다
그리고, 다만 아빠가 그에 해당한다고 담담히 이야기 한다
여기서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여주어야 하는 건지 상당히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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