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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엄마 나는 일등만 할거야

들판 2010. 4. 4. 18:08
#1
요새 엄마아빠의 대화가 별로 맘에 들지 않는 똘이녀석
어제는 마트에 갔다가
뭔가를 살까를 두고 지르려는 엄마가 제지하려는 아빠의 대화를 듣던 똘이의 한마디가
엄마아빠의 마음에 와서 꽂혔다

아빠, 엄마가 하고싶대쟎아. 그냥 엄마 하자는대로 해요!

엄마와 아빠는 아마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이 말을 들었겠지..

#2
잠자기 전,
엄마는 허리가 아파서 핫팩으로 찜질을 할까 하다가
일단 똘이를 빨리 재워야겠다 싶어서 똘이의 옆자리에 누웠던 아빠를 내려오시게 하고
똘이의 옆자리로 가서 누웠다
(아무래도 매일 그렇게 자는 편이니깐 똘이는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똘이는 은근히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엄마에게 한마디 건넨다
엄마, 내가 좋아서 그러는구나! ㅎㅎ

#3
똘이와 교회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대화를 나누던중,
똘이가 말한다

엄마, 나는 일등이 좋아. 나 일등만 할래요.

거두절미, 맥락도 다 삭제해서
똘이의 뜻이 이 문장에 다 들어있을까 싶지만
확실한 건 이 녀석 경쟁심이 보통이 아니다.

#4
똘이가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 오후,
아빠와 똘이는 티격 태격
아빠는 아빠대로 똘이는 똘이대로 뭔가가 잘 맞지 않아 보였다
그러더니 똘이가 잔뜩 화가 나서는 아빠에게 자석가베를 던지려는 찰나에
살짝 안아주고 똘이에게 물어보았더니 하는 말이,

아빠가 계속 나한테 화만내. 아빠 집에서 쫓아내고 싶어.

남편에게 이 말을 종이에 적어서 건네주고
똘이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러 다녀왔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일요일 오후,
그 사이, 남편과 똘이의 관계는 완전히 긴밀해져서
똘이는 아빠와 완전 찰싹 붙어서 잠시도 쉬지 않고 조잘댄다

#5
아빠 이번엔 선덕여왕 해보자
아빠는 유신랑하고 나는 문노야. 준찬이는 비담이야
.....
(아빠는 계속 "어유..미치겠다...")

조금있다가,
아빠, 아빠는 칠축해. 나는 문호할게
칠축은 엄청 힘이 세...

그리곤, 싸웠다, 숨었다 속삭이다가 뛰다가 ....

우리는 칠축이랑 문노가 왔다
아빠, 칠축이라고 해
나는 칠축이다~
나는 문노다~ 우리는 엄청 힘이 세다~


ㅋㅋㅋ
똘이는 계속 상황을 설정하고
아빠와 함께 신나게 논다

얼른 일루와~
텔레비전 보면 안된다!
이번엔 아빠는 칠축하고 나는 파워레인저 엔진포스다

엄마로선, 이런 놀이는 정말 해본 경험이 없기에
그저 웃으며 바라볼뿐...
여보 수고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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