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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엄마 훈련중

들판 2010. 9. 28. 12:29
오늘 아침,
저녁에 생긴 과일껍질(음식물쓰레기)을 남편이 출근길에 버리려고 현관에 두었는데
아침에 정신이 없었는지 깜박 잊고 나갔다.
아침부터 어린이집 가기 싫어 우는 녀석을
달래고 어르고 해서 깨우고 옷 입히고 아침먹이고 치카시켜서 데리고 나오던 중에 본 음식물 쓰레기에
진짜 짜증이 났다.
대체 남편 머릿속에 가사일에 대한 분담의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습관적으로라도 확인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때에는 장난스런 맘으로 봉지째 냉동실에 넣어뒀던적도 한두번이 아니지만
오늘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아이 버릇을 잘못들인 내 탓도 있지만
나 하나 챙겨 나가기도 쉽지 않은 아침에
애를 시리얼이라도 먹이고 마음에 드는 옷으로 입혀내고 이빨 썩지 말라고 치카까지 챙겨야 하는 나로선
울화통이 치밀때가 한두번이 아닌지라
남편의 사소한 실수라도 내 입장에서 봐줄 아량을 갖기가 쉽지 않다

"어쩜 이걸 안버리고 갔담. 정말 디저트고 뭐고 앞으론 없어!!"
이 소리를 듣고 있던 똘이가 묻는다
"엄마, 그럼 아빠는 밥 안줘?, 아빠가 안버릴수도 있지. 그거 안버린다고 밥을 안줘? 그럼 나도 밥 안먹을거야!!"

기가 막힌다. 나는 다만 식후 디저트 과일을 얘기했을 뿐인데
이 녀석은 그것을 밥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였다
뭐. 하지만 화가 나 있었던지라 설명을 할 겨를도 안되었고 다만 그렇다고 긍정하였다.

그랬더니 이 녀석 반응이 더욱 기가 막힌다.
"그럼 아빠가 회사도 가고, 쓰레기도 버리고, 밥도 해?"
그래서 물었다.
"그럼 엄마는 학교도 가고, 밥도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너 어린이집 등원하원도 시키고 옷도 다 입혀주고..그래야 해?

잠시의 침묵이 흐른 뒤, "응!" 이라고 대답한다.

...............................
아이를 키우면서 참 잔손가는 일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 혼자 일이라면 그냥 내가 안해버리면 그만인것을
이것은 양육이라는 것이 되었을때는 "최대한 존중해주되, 이끌어 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믿는지라
대화의 반이 설득이 된지는 이미 오래다
물론 이렇게 하는 방식이 멀리 보았을 때 좋은 점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측면들은 계속 발생하고 설명해야 될 것은 당분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고
아직 똘이는 다섯살이라서 밖에서 혹은 아빠 앞에서는 의젓하게 행동하다가도 엄마 앞에서는 애기처럼 행동할때가 더 많다. 이해한다. 그리고 존중해주고 싶다. 이제 아기시절은 금방 갈 것이니깐...

오늘아침에는,
일찍 출근하는 아빠 소리에 깨어선
아빠가 출근하고 난 뒤 부터 일곱시 십사분까지 내내 아빠가 보고 싶다고 울고 징징거리다가
기어이 전화기를 찾아내게 하고
전화를 해서 출근하시는 아빠와 눈물의 통화를 한 뒤에야
다시 잠이 들어서 여덟시 정도까지 잠을 자고 일어났다
곤히 자는 녀석을 깨운건 회사에 도착해서 걱정되어 전화를 걸어온 아빠...

그렇게 깬 녀석은 정말이지 만만하지 않았다.
그리고 겨우 겨우 챙겨서 현관을 나서는데 시작된 녀석과 엄마의 설전은
마을버스를 타고나서 잠잠해졌고
녀석은 언제나처럼 조용히 버스에 앉아있다가
해님반 방 앞에서 선생님을 만나자
의젓하고 예의바른 똘이로 다시 태어났다

예전에.. 아침에 엄마와 사소한 다툼을 하고 나오면
나중에 엄마로부터 하루종일 그 생각에 힘들었단 소리를 들으면서
참 예민하긴...했었는데
개운하게 아이와 이별을 하고
내 모드로 전환하기가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아이는 금방 자랄것이야.
알아...
즐겁다고 생각하쟎아.
응.
근데 아침시간이 정말 힘든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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