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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엄마와 아이

들판 2011. 5. 13. 21:53
똘이한테 오늘치 영양제를 먹으라며 영양제통을 던진게 애초에 잘못이엿다
무심히...던지면 받으려니 생각하고 장난을 친 것일 뿐이였다.
그런데 그게 똘이 팔목을 맞히고
똘이는 팔목이 아프다며 성질을 내며 엄마를 마구 주먹으로 때렷다
난 너무 당황스러웟다..
그게 뭐 그리 성질을 낼 일일까. 아플정도는 아녔다.
아니, 성질을 낼수 있다 손 치더라도
어떻게 주먹으로 엄마를 마구 때리지?
나는 똘이가 정말 이해가 안됐다.
.....
정말로 감정이 상해버려서
일단 샤워를 한다고 욕실에 들어와서는
가만히 앉아서 화를 삭혔다
문 너머로 똘이가 말을 건넨다
엄마, 씻는거야? 근데 왜 소리가 안나지?
엄마, 사탕 먹어도 되요?
알아서 해라... 해놓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똘이도 샤워를 시켰다
평소처럼 극진히 안아서 수다떨면서 씻기지 않고
엄마 허리 아프니깐 니가 걸어서 들어오고 걸어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로션까지 발라주고,
앉혀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는, 엄마란 때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똘이는 가끔씩 엄마에게 주먹질을 했었고
그때마다 앞으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엄마는 더 이상 이런 반복을 봐줄 수 없으며
다시한번 그러면 나는 네엄마 안할거라고 했다

나에겐 무기가 없다.
똘이와 대치되는 상황에서
나는 무력을 쓰지도 않고
가급적이면 설명하고 납득시켜보려고 했다
똘이 입장에서 이해안되는 상황이면
난, 그렇게 생각안해
혹은, 난 하기 싫어. 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엄마를 때리는 문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똘이의 작은 주먹이 아무리 맵다고 해도 뭐 대수랴. 아니, 때리는 거라고 의식못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던거 같다. 지금까지는...)
정말 단순히, 네가 날 엄마로서 대하지 않으니깐 나도 네 엄마 안한다는 소리였을 뿐이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엄마에 대한 상이 우린 서로 달랐던거 같다...)
나의 그 말은 결과적으로 일종의 협박이였다.

내 말을 듣고, 똘이는 흐느끼면서 그러겠다고 했다.
안아주고, 쇼파에 오분만 앉아 있으라고 하고,
잠자리에서 읽을 책을 갖고 들어오라고 일러놓고 안방에 앉아 있었다.
곧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났지만 모른척했다.
오분이 채 되기 전에 똘이가 들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더 나빠. 내가 엄마를 때린 것보다 엄마는 더 나빠"
이건 또 무슨 소리가 싶었다.
곧이어 똘이는 또렷이 말한다.
"엄마는 더 나빠. 엄마가 내엄마 안하면 난 죽어. 죽는다고....난 죽기 싫어!!!"
그렇게 말하면서 통곡을 한다.
자기는 엄마가 없으면 죽게 되며, 엄마가 없으면 아빠도 없으며 그러니깐 죽게 된다고...하면서
정말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내용의 황당함 보다는
똘이의 절박한 심정이 느껴졌다.
새로운 깨달음 이기도 했다.

똘이에게 약속을 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앞으로
엄마 안한다는 말은 절대 안하겠다!
그리고 똘이가 엄마를 또 때리는 상황이 오면
똘이는 손들고 한시간 동안 벌을 받기로...
이렇게 하는 거였다...난 몰랐어. 미안 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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