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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즐거움

어색함에 아쉬웠던 버스안 풍경

들판 2009. 2. 5. 10:28
똘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여느때처럼 마을버스를 탔다.
자리가 꽈악 차있고 제일 뒷편에 한 자리가 남아있어서 그쪽으로 가서 똘이를 앉혔다.
옆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일어나시면서 같이 앉으란다.
손사레를 저었지만 앉으라며 일어나시길래 고맙습니다 하곤 똘이 옆에 앉았다.

아저씨는 내리는 문 옆으로 가서 서 계셨다.
언제 내리나 쳐다보고 있는데 좀체 안내리신다. 왠지 미안하다.
똘이네 어린이집까지는 예닐곱 정류장 정도...그러다 결국 우리가 먼저 내렸다.
문옆에 서 계시는 바람에 내릴때 살짝 부딛치기까지 했다. 고맙습니다. 한 마디 더 하고 내릴걸..

똘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오는 버스안,
내릴때가 가까와져서 한 정거장 앞에 섰을 때 일찌감치 일어나서 문앞에 서 있었다.
문 가까이에 있는 좋은 자리는 내리기 편해선지 할머니들이 애용하는 좌석이다.
문제는 둘이 같이 앉는 좌석인데 다들 안쪽 보다는 바깥쪽에 앉고 싶어한다.
그 자리에 한 할머니가 앉아계셨고 지금 막 버스를 타신 할머니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거기에 앉고 싶어하신다.
하지만 한 할머니는 역시 바깥쪽에 앉아계셨고 자기 앞에 와서 주저하는 할머니는 본체만체하고 있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뒤, "거기 좀 앉읍시다" 하고 서 있던 할머니가 말을 건네니
앉아있던 할머니는 "그러시구랴" 하면서 안쪽으로 들어가라고 몸짓을 하셨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흔히 겪을 수 있는 풍경이지만
오늘따라 참 마음이 쓰인다.
말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여유를 잊고 사는 내 모습이나,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 할머니가 되면 세상에 정말 여유로와질지도 모른다 생각했었는데 역시 사람 나름, 자기가 하기 나름이다...
말 한마디로 훈훈하게 바꿀 수 있었던 풍경일수도 있는데
나는, 우리는 삶의 곳곳에서 이렇게 쌀쌀하게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표현에 서투르고 어색해하고 거기다가 속까지 쌀쌀하다면.....
상황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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