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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요

들판 2009. 7. 15. 12:11

#1
우리집은 모두 안방에서 자는데
침대와 그 아래 이불을 펴고 두 곳을 왔다갔다 하면서 자곤 한다.
똘이는 밑에서 자는걸 좋아하고
엄마는 침대에서 자는걸 좋아해서
엄마는 똘이를 재운 뒤에 침대에 올라와서 자고
늦게 들어온 아빠는 바닥으로 굴러가는걸 방지하기 위해 똘이 옆에서 잔다.
그리고 가끔 잠이 푹 든 아빠가 미처 내려가지 못해 엄마 옆에서 잠들 때가 있다.

똘이: 엄마, 나 잠들고 나서 아빠 옆에 가서 자면 안되~!
엄마: 싫어. 나 아빠 옆에 가서 잘거야.
똘이: 안돼~ 내 옆에서 계속 자~!
엄마: 싫어. 엄마는 침대에서 자는게 더 좋단 말야.
똘이: 안돼~ 내 옆에서 자라구!
엄마: 똘아, 너 아빠 옆에서 자는거 좋아하쟎아~!
똘이: 아냐, 싫어.
엄마: 왜?
똘이: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아빠는 자면서 방구뀐단 말야. 그래서 싫어!
엄마: ㅋㅋㅋ

이날 밤 똘이는 아주 다정하게 아빠 옆에서 잤다.
엄마는 똘이가 괜히 맘에 없는 소리 하는거 알고 있었다.
똘이는 다만 우리의 대화에서 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하지만 엄마가 자기 옆에서 자다가 잠든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잔다는 사실이 뭔가 마뜩찮았던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엄마는 캐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결과적으로 이유는 알수 없었다.


#2
"우리 몸의 구멍" 이란 동화책을 읽기로 했다
첫장을 넘기니 검은 색의 조그만 원이 그려져 있다.
엄마: 똘아, 이게 뭐야?
똘이: 우리 몸  (제목을 읽어주었더니 그게 기억났나보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잠시 내 얼굴을 살핀 후에
똘이: 구멍!

어느 덧 똘이가 미루어 짐작하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똘이는 이제 40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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