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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아들의 청바지

들판 2009. 11. 26. 11:07
똘이가 청바지에 빠졌다
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이 녀석이 취향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청바지에 꽂쳐버린것이다

똘이는 옷의 거의 대부분을 사촌형아로부터 물려받는다
내복 등 소모품에 속하는 옷류를 제외하곤 말이다
형아하고 나이차가 다섯살 정도 되지만 워낙 깨끗이 입고 관리를 잘 해놔서
아직까진 잘 받아입곤 한다
게다가 똘이가 아주 좋아하는 형아의 것이라서 똘이도 좋아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똘이가 옷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기취향대로 입겠다고 고집부리는거야 상당히 오래되었지만
얼마전부터는
친구 누가 뭘 입었는데 자기도 입고 싶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 것이였다
친구들이 입는 옷 스타일에 관해서도 얘기해 주곤 했고
어떤 옷을 입으라고 하였을 때 누구 누구가 입는 거랑 똑같은 거 같아서 싫다고 하기도 했다
그리고 청바지 사랑을 문득 문득 내비치기 시작했다

똘이의 청바지는 얇아서 요즘같은 날씨에 입히기는 부담스러워하던 차여서
어제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동네 옷가게로 똘이를 데리고 갔다
두툼한 청바지가 있다면 사줄 요량으로...
있었다!
그걸 사갖고 가게에서 나와 길을 걷는데
똘이가 신이 나서 흥얼거린다.
그리고 조금있다가는 엄마의 짐도 들어주겠다고 선심을 쓴다
엄마 힘들까봐서 그래...라며
버스를 탔는데 우산대를 잘못 잡아서 똘이 손가락이 살짝 눌렸는지 아얏 한다
그래서 미안해. 하였더니 괜챦아. 엄마가 그런거 아냐, 우산이 그런거야! 라며 너그럽게 이야기 해준다

아... 이녀석..
집에와서 한번 입혀보았다
한번 뒤로 돌아보랬더니
신나게 돌더니 마구 거실을 뛰어다닌다. 많이 보란다. 완전 신이 났다.

좋아하는게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내가 너무 무심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서 옷장을 살펴보니 똘이 바지가 짱퉁한 것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래서 계획에 없던 옷찾기가 시작되었다
사촌형아에게서 온 옷박스를 뒤지면서 지금 당장 입힐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세상에 꽤 되었다
철지난 똘이가 좋아할만한 청바지도 있었다 ㅡ.ㅡ
두툼한 바지도 몇벌 있었다
똘이가 옆에서 지켜보다가 자기 취향인 것을 아래 위로 한벌 맞춰낸다
그걸 입고 저녁식사를 했다

어제 저녁에 세탁해서 널어놓은
똘이의 바지가 햇빛을 받으며 마르고 있다
네살짜리 아들의 청바지...
묘한 느낌이 든다
아기에서 아기형아로 자라고 있는 똘이의 청바지가
한참 뒤 어른용 청바지와 겹쳐서 보이는건 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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