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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즐거움

봉순이 언니를 읽고

들판 2008. 9. 16. 15:55

봉순이 언니란 소설을 읽었다.
소설책이라는 것, 별로 흥미가 느껴지지 않아서 읽지않았는데
추석명절을 맞아 내려간 시댁의 어느 방 책꽂이에서 우연히 찾아 열어본 소개글에서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봉순이 언니의 이야기라길래 한번 잡아보았다.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였다.

봉순이 언니의 이야기는 왠지 아쉬운 상태에서 끝이났다. 이야기는 주로 봉순언니와 주인공 짱아가 맞닿아있는 지점까지만을 다뤘고 그 후에 봉순언니의 삶에 대해서는 굵은 설명으로 대신하였다. 촌스러운 나는 좀더 상세히 얘기해주길 기대했지만 말이다. 나는 솔직히 그녀들의 인생보다도 짱아의 기억속에 잠시 빠졌었던것 같다. 어릴적을 어쩌면 세밀하고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물론 작가의 상상력이겠지만.. 짱아는 되바라지고 한편으론 대범한 꼬마였다. 아니 어쩌면 그 나이또래의 특성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도 어릴적엔 대범하고 되바리지지 않았을까?  내 기억속에 어슴푸레하게 남아있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글로 풀어낸다면 바로 이런것이 될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아침과 저녁에 따라서도 변하는 바람과 햇살의 느낌 그리고 저녁무렵의 노을, 비가 내릴때, 비가 내린 후의 공기의 기운들... 이런 것들이 어쩌면 구체적으로 기억해내지 못한 내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의 전부일지도 모르겠다. 책에도 치유의 능력이 있다더니 이런 글을 읽으면서 잠시 구체적으로 생각나지 않는 과거의 기운을 느끼면서 혼자 기분전환을 하였던거 같다. 오랫만에 읽은 소설책, 이런 생각에 약간 편안한 마음으로 봉순이 언니를 보았다.

봉순이 언니처럼, 말하자면 일해주는 언니가 우리집에도 있었다. 물론 내 동생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않아 그 언니는 아마도 시집을 가버렸기때문에 그리고 그때 나는 무척 어렸기때문에 지금은 언니의 이름조차 기억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어릴적 엄마가 가끔 그 언니 얘기를 꺼내실때면 어떤 사람이였을까 궁금해하곤 했다. 나의 엄마는 주로 어릴 적 내가 그 언니가 먹여주는 밥을 너무 잘 먹었다고 놀리곤 하셨는데  난 엄마가그 이야기를 할때마다 창피했고 싫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아이를 직접 키우는 지금에야 진짜 별일도 아닌데 그땐 어린 맘에 입을 크게 벌리고 밥을 먹는 내 모습이 별로 예뻐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거 같다 ㅋㅋ ^^; 그 언니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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