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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엄마, 나 이름 바꿔줘요!!

들판 2010. 5. 4. 10:44

 

#1

엄마, 나 어른되면 이름바꿔줘요.

엥? 뭐라고?

아빠이름으로 바꿔줘요

안되. 아빠랑 같은 이름 하는거 아니야..음.. 뭐 하고 싶은 이름 있어?

어…나는 친구 이름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친구 이름 중에서 하고 싶은 이름 있어?

응! XXX

엥? 별루 안이쁘다..

아냐 난 이뻐. 나 이 이름으로 바꿔줘요.

 

#2

엄마, 나는 빨리 어른됐으면 좋겠어

왜?

나는 키가 크고 싶어요. 별에 닿을만큼 컸으면 좋겠어요.

뭐하게?

응. 별을 따서 별다방 놀이 할래요

(별다방 놀이가 무엇인지 물어보지는 않았다.)

 

#3

엄마, 어른이 되면 내가 몇살이 되는 거야?

글쎄… 보통 스물 한살이 되면 어른이라고 해주지. 지금 네가 다섯살이니깐. 그만큼 네 번이 더 지나야 되.

그럼, 내가 어른 되면 엄마아빠는 할머니 할아버지 되는 거야?

응..그렇지.

그럼. 내가 할아버지 되면 엄마 아빠는 더 늙어?

응. 맞어.

그럼….(작은 소리로) 엄마 아빠 죽어?

응.. 아마도 그럴걸!

(이때 갑자기 똘이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죽지마….

 

똘이를 안아서 달래주었다. 조금 있다 잠잠해지고 잠이 들려나 보다 했는데

"잘자" 라고 내게 말을 건네고 이내 잠이 들었다

 

사고가 발달하면서 여러가지 이치를 깨치고 있는 똘이,

궁금한것도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갖고 싶은것도 많아지고 취향도 생겨가고 있다

엄마 노릇 하는 것도 점점 어려움을 느낀다.

 

#4

어린이날 행사가 있는 아침,

집 앞에서 어린이집 앞까지 가는 마을 버스를 놓치고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 또 다른 버스를 탔다

내 딴에는 산책을 겸한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 똘이는 "차도 옆을 걷는 것은 산책이 아니라고" 저항하기도 했다

암튼,

버스에서 내려서 어린이집까지 십여분 거리를 걷고 있는데 마침, 같은 반 여자친구를 만났다.

똘이 말로는, 자기만 좋아해서 자기는 싫다고 하는 두 명의 여자애 중에 하나이다.

(똘이는 세살반때부터 예쁘다, 좋다 하는 여자친구가 따로 있다. )

친구에게 인사를 건네자 여자친구는 "안녕." 이라고 새침하게 받아친다 ㅋㅋ

친구덕에 걷거니 뛰거니 하면서 금세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똘이는 내가 보았을때, 친구들에게 관심이 많다. 의식한다고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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