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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몇밤 자면 크리스마스 되요?

들판 2010. 5. 12. 11:26
#1
어제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블럭비행기를 사달라고 조르는걸
일단 아빠한테 물어보자고 해 놨다

아빠가 안된다고 할거 같아. 다음에 사자고 할거 같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되지?
(힘없는 소리로) 다음에 사야지
그래, 나중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사주시기 않을까?

이렇게 말을 맺었던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묻는다

엄마, 몇밤 자면 크리스마스 되요?

난.감...
한 이백밤쯤 자야될걸...
똘이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엄청 멀다는 것만은 느낀듯 했다.

참, 똘이야, 아빠한테 여쭤봤는데 그거 우주반 형아(7세)들이 갖고 노는 거래
넌 어려워서 못할 거래더라 아빠가.
아니야. 준혁이는 아빠가 파워레인저 블럭비행기 사주셨대요
준혁이는 아빠가 그거 만들어주셨대요 (두번이나 강조 한다 짜식..)

똘아, 너 장난감 많쟎아.
그리고 얼마전에 어린이날 선물로 사준 멀티택도 아직 안했으면서...

똘이는 아침 내내 쫒아다니면서 계속 파워레인저를 연발하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붙인다
엄마, 우리집엔 파워레인저 없쟎아.

똘이 말이 맞는게, 우리집에 파워레인저는 없다
똘이가 파워레인저 양말이라고 부르는 그것은 실상은 유캔도 양말이라고 친구가 가르쳐줬단다
(이것도 우리가 사준건 아니고 어쩌다보니 준찬이것과 바뀌어서 수중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똘이 머릿속에 파워레인저란게 대체 어떤 비중인건지
그냥 파워레인저가 붙은 뭐라도 갖고 싶은건지 준혁이가 가진걸 자기도 갖고 싶단 것인지
내 생각엔 준혁이와 자랑놀음을 할때 말로는 절대 안지는 똘이가 결정적으로 파워레인저와 관련된게 집에 하나도 없단 사실 때문에 약간 의기소침해 있던게 아닐까 싶다. 아마 준혁이 앞에선 내색 안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솔직히 준혁이가 가졌다는게 파워레인저 블럭 비행기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건 똘이가 만들어낸 이름일뿐이다.

부족한것이 오히려 행복을 느끼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가르치기는 어려운 나이라 고민이 된다.
해달라는걸 다 해주는것은 똘이에게 절대로 좋은 처사가 아니다
현명한 엄마들은 이럴때 어떻게 할까...

#2
아침부터 병원에 들렀다가 어린이집에 가는 날엔
정말 지각을 할까 싶어서 노심초사를 하게 된다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 마을버스 기다리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일찍 집을 출발하기란 사실상 어려우니깐.
오늘은 병원을 나왔는데 마을버스가 막 떠나고 있었다
그래서 택시를 잡으려는데

엄마, 택시 타면 돈 버리쟎아..

엥? 이게 무슨 소리지? 돈 버린다? 돈을 쓰게 된다는 의미에 약간의 부정적 어감이 담긴 저 표현을 쟤가 아는건가?
다시 물었는데 맞는거 같다.
근데 또 이상하다
평소의 똘이는 택시를 타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였다
'돈'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개념이 생긴건가?
평소에 아껴써야 한다는 말을 정말 가끔 해주긴 했었는데 이제 효과가 생긴걸까?
이녀석 게다 버스는 공짜인줄 알았나보다 하긴 너는 아직 공짜지 ㅎㅎ
그러고보니 얼마전 밖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빠가 회사 안가고 집에서 놀고 싶다고 농담삼아 얘기하는걸 듣더니

아빠 그러면 돈이 없쟎아. 라고 지적하는 바람에 다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요새 여러가지로 똘이가 더 성숙해지는걸 느낀다.
중요한 가치관들이 잘 형성될 수 있게 도와줘야하는데 잘 해낼 수 있겠지! 
부모로서 똘이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가치들을 한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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