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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교사재량일지] 엄마 나는 왜 나일까?

들판 2013. 4. 24. 11:25

어제 잠자리에 들어서

똘이가 엄마에게 던진 질문이다.


왜 똘이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된 것일까

...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질줄 알게 된 초등학교 1학년 똘이에게

대답을 해주기가 부쩍 어려워진다.


똘이의 1학년 생활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그 중에서도 담임 선생님의 역할도 큰것 같아서 엄마는 소위 반대표라는 것까지 엉겹결에 맡게 되었는데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그리고 어제는 매일 숙제로 하는 낱말쓰기 노트에 선생님께서 도장을 안 찍어주셨다.

물론 똘이가 숙제를 안해서는 아니다. 사실 똘이는 학교 다녀오면 스스로 숙제를 먼저 할 정도라서

영어유치원 다닐때부터 엄마는 그저 잘 하고 있는지 체크 정도만 해주면 되었다.

문제의 발단은 새로운 쓰기 예제를 노트에 붙이는 날 시작되었다.

그날따라 똘이는 반바닥만 쓰면 되는 숙제를 한바닥 씩이나 의욕적으로 썼고

엄마는 기왕 쓴거 지우기보다는 다음 페이지에 이어서 쓰기 예제들을 붙여주었다. 아마 열흘치가 좀 넘는 분량이었던거 같다.


그 다음날 똘이가 학교 다녀와서 짧게 한 얘기 속에서 문제를 알아채야 했다.

똘이의 진도가 다른 친구보다 반바닥 더 나가 있는 것이 선생님 맘에 들지 않는 거였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어제 똘이가 선생님이 공책이 복잡해서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고 했다고 하였다.

정확하게 뭐가 이유인지는 알수가 없으나 똘이의 노트가 복잡하다고 하셨다는 걸로 보아선

스무명의 노트를 한꺼번에 도장찍어야 하는데 똘이만 위치가 다르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짐작될 뿐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과 진도를 맞춰서 똘이는 한바닥을 덜 쓰라는 취지인듯 하셔서

그때까지도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에

낱말노트 때문에 불안해서 잠이 안온다고 말하는 똘이의 모습을 보면서

드디어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다.

혼나거나 그런 것은 아닌듯 했지만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니 바로 전날에도 도장을 안찍어주셨었다.

도장이나 스티커는 그저 하나의 결과에 대한 확인일 뿐인 것이 아니었고

또 그것이 결과을 만들어 낸 과정이나 결과 자체 보다는 결과를을 취합하는 사람의 취향이 좌우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이 입장에서 숙제를 한 마당에 숙제 도장을 받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마음 쓰이는 일이었던것 같았다.

그리고 선생님의 어떤 반응이 아이의 불안함을 이끌어 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불안함을 느낄 정도라면 그것은 똘이에게 큰 문제이다.



엄마가 도와 줄께. 엄마 믿지? 괜챦으니까 자도록 해! 라고 말해주고 재웠다.

그리고 선생님의 예제를 똑같이 만들어서 진도에 맞게 다시 만들어 붙였다. 진도를 맞추느라 모자라게 된 반바닥은 별도의 종이를 삽입해주었다. 

(1.6센티 정사각형에 30 포인트 HY  견명조로 되어 있었다.)

그렇게 노트를 완성해 놓고

선생님께 짧은 코멘트를 작성해서 우체통에 넣어주었다.

알림장에 써도 될 것 같았지만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이랑 쓰는 위치가 다르면 

역시, 이번처럼 복잡함을 느끼실것 같아서 

별도의 종이를 사용했다.

다 마치고 나니 한시간이 좀 더 지나 있었다.



문제의 노트, "비바람 숲을 헤치고" 는 덧붙인 부분이다. 이 반바닥 때문에 똘이가 힘들어했다.


똘아, 너도 스스로의 네 모습 중에서 맘에 들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원래 사람들은 다 그런 면이 있어.

하지만 잘 보면 너에게 넌, 맘에 드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거고

또, 네 맘속의 중요한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네가 된다면

그런 너의 모습이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워질거야.

그리고 다 잘 될거야.

그리고 엄마의 바램은 너도 엄마도 흘려버리는 기술이 필요한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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