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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밤

엘리제를 위하여

들판 2024. 1. 1. 17:41

갑진년 새해다.

벌써 창밖은 어둑해졌네. 하루가 지나가는게 아쉽다.

어제 오늘은 한 삼십분 정도 피아노를 쳤다.

결혼한 이후 대개 그랬지만 유독 이 아파트에 이사 온 뒤로는

아무래도 예민한 이웃들을 배려한 탓에 감히 피아노 소리를 낼 용기가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어제 삼십분 정도 피아노를 쳤고 정말 오랜만에 새벽에 깨질 않고 잤다.

자랄 때, 엄마의 지원과 통제 덕택에 피아노를 열심히 쳤던 게 아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야 빛을 보는 듯 하다.

비록 초등학교 3학년때 실력보다도 못한 상태이지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으니 엄마 말 듣길 잘했네.

그래서 오늘도 슬쩍 피아노 앞에 앉아보았다. 옆집, 아랫집, 윗집... 에서 인터폰이 올까 염려되긴 하나

혹시라도 인터폰이 온다면 우리집 녀석 핑계를 대리라 마음 먹고 몇곡을 이어가다보니 금새 삼십분이 흘렀다

아이들이 많이 치는 모짜르트 소나타와 명곡집 1에 있는 곡들, 엘리제를 위하여, 미뉴에트, 워털루전쟁 같은 곡도 좋았다.

이상타 정말. 추억 때문인지 원래 좋았던 것인지 모르겠으나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맞아. 나한테 피아노가 있었지. 

피아노를 쳐도 되는 곳에 살게 된다면 내겐 좋은 벗 하나 이미 예약되어 있는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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