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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비오는 날 아침

들판 2009. 2. 13. 10:31
#1
아빠 뽀뽀를 잠결에 받은 녀석, 기억을 못해선 지 아침부터 엄청 짜증내고 울었다
똘이: 엄마, 내 옆으로 오지마
엄마: 똘이야, 아침먹자~
똘이: 엄마, 나한테 말 하지마...

이러고선 또 한참을 울었다.
"아빠, 보고 싶어요~ " 라면서...

이럴 땐 그냥 무시하고, 내가 할일을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잘못을 뉘우치는지 조용히 따라오는 녀석...
그렇다고 내 말을 듣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반항? 한다.
이를테면,
오늘 아침엔 베이글을 데워서 잘라 주었더니 그건 안먹고
굳이 딱딱한 찹쌀스틱을 먹고 갔다.


#2
아침이 너무 부실한것 같아
사과를 먹여보려고 했다.
안 먹길래, 고전적인 수법인 "엄마가 다 먹는다~" 전법으로 나갔는데..
역시 이 녀석 걸려들었다.

엄마: 이거 엄마가 다 먹는다~  
한입씩 베어먹던 사과의 마지막 한입을 냉큼 입에 넣었다.
역시 이녀석, 안돼욧~을 외치면서 달려든다.
근데 벌써 입에 넣었는걸~  
보통 이런 경우에 녀석은 남아있는 다른 조각보단 굳이 내 입에 있는것을 꺼내달라고 해서 그걸 먹었다.
이해가 안되었지만 아이의 법은 그랬다.
그런데 오늘, 이 녀석은 달랐다.
평소처럼 입에 넣고 씹지는 않았던 것을 꺼내어 주려니 이렇게 말한다.
똘이: 엄마 입에 넣었던 거쟎아요. 안먹을래. 입에 넣은 거 먹으면 안되요.

살짝 민망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가르쳤다. 내가 가르친 문장 그대로다.
이럴 때 내 말이 먹힘을 기특해해야 하는거다.
그런데 약간 씁쓸함이 남는다.

엄마는 아이에게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처음 아이를 키우면서 적응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잠 자는것, 먹이는것, 삶을 공유하는 것... 거의 모든 부분이 변하지 않으면 안돼었다.
그리고 또 입에 있던  것을 다시 꺼내서 똘이에게 주는 것도 그 중의 하나였던거 같다.
어릴적부터 까탈스럽기로 유명했던 사람이 엄마다.
그래서 사실 입에 있는 것을 똘이에게 다시 꺼내주는데 적응하기까지 엄마는 쉽지 않았다.
아이는 자꾸만 변한다. 그래서 엄마도 계속 변해야 한다.
그래서 버겁기도 하고, 부적응되는 부분도 있지만 엄마는 그래도 똘이맘 백번 안다.
예전에 까탈부리는 엄마에게  외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전엔 입에 있던거 달라구 했었으면서...." 라고 하셨었다...
맞아, 그랬었다..  아이는 변한다. 엄마가 겨우 적응될만 하면 아이는 어느새 변해있다.
품안의 자식이 어느새 이렇게 성장했구나 라고 하는 말들, 괜히 나온거 아니였다.

똘이야, 우리가 더불어 행복하기 위해서 엄마도 변한다!!

+ 근데 똘이가 아직 완전히 다음 시기로 넘어간것 같진 않다. 저러고선 조금있다가 자기 입에 있던걸 꺼내주면서 나에게 먹으라고 강권을 하였으니깐.  똘이꺼니깐 엄마가 먹는다...라고 하면서 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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