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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아빠가 제일 좋아요

들판 2009. 4. 13. 11:41
전날 동물원에 다녀온 탓인지..
아침에 침대에서 떨어진 똘이의 응급실행 때문에 늦잠을 자지 못해선지..
똘이 아빠는 점심식사 후에 뻗어버렸다

옆방에서 컴퓨터로 인터넷 예배를 보고 있는데
똘이: 엄마, 설교 다 들었어요?
엄마: 왜?
똘이: 아빠가 계속 계속 잠만 자... 
이러고는 울상을 짓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엄마: 이제 다 끝났어.
똘이: 엄마, 놀자아~ 응?

그래서 우리는 약간의 짐을 챙겨서 유모차를 타고 외할머니집으로 갔다
한참을 놀고있는데 막내이모가 왔다
막내이모는 수행평가 채점을 해야한다며 부산을 떨다가
똘이가 눈앞에서 왔다갔다 하는걸 그냥 넘기지 못하고
과자를 사준다며 근처 슈퍼를 다녀왔다

슈퍼에 다녀온 동생(막내이모)이 눈짓을 한다
가봤더니...

막내이모: 언니, 똘이가 아빠가 제일 좋대...
엄마: 그래?  아니야. 엄마를 더 좋아해.
막내이모:  아니야. 아빠가 제일 좋대. 아빠는 빵빵놀이랑 기차놀이랑 해 주고 아빠랑 노는게 엄마랑 노는거보다 더 재밌대~
엄마: 그래? 뭐. 잘됐지 뭐..

쪼그만 녀석이 하여간 의사는 뚜렷한거 같다.
약간 섭섭한 면도 있긴 하지만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데 기분좋을 엄마가 어딨어!)
내가 만들어준 관계? 란 자부심이 있는 나로서는 그리 기분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맘이 쓰였다
그렇게 아빠가 좋은데 아빠가 잠만 잔다고 울상짓으며 나에게 온 똘이,
그래서 아빠가 있는 오후 내내 외할머니집에서 놀다가 집에갔더니 아빠는 그때까지도 자고 있었다

똘이는 집에 가는 길에 유모차에서 잠이 들었는데
집에 도착해서 잠이 깼을 땐 짜증을 한참 냈다
엄마한테 잔소리 듣고 깨어난 아빠 (아는지 모르는지...) 가 똘이를 안아주려고 하자
싫다면서 엄마를 부르는게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것이
똘이도 엄마처럼 아빠에게 화가 났던게 아닐까?
결국 한참을 아파트 복도에서 업어주고 달래서 집에 데리고 들어갔다

그래도 녀석, 곧 아빠와 죽고못산다.
아빠가 너무너무 좋다는 똘이..
하지만 아빠는 늘 너무 피곤하고 또 바쁘다

월요일 아침. 누구에게나 너무나 바쁜 이 시간.
일어나면서부터 똘이는 짜증을 내면서 운다

아빠가 없다고 한참 울고
핫케익을 만들어달라고 또 한참 울고
엄마는 바빠 죽겠다는데 계속 땡깡이다
결국은 엄마는 또 협박을 했다

어제 사고로 다친 입술을 소독하기 위해서 가글을 하는 녀석이 문득 묻는다.
똘이: 엄마, 아픈데 어린이집 가요?
달리 할말이 없었다
응...

어서 수업이 끝나면 똘이를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진료마감 시간이 4시 30분정도 였던거 같으니깐 그 안에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해야 한다
경과 어느정도인지 몰라서 애가 타고
이럴 때 애타는 마을 나눌 사람을 찾지 못해 외롭다

이대로, 꼬매는 일은 발생하지 않길 너무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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