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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전화기 가져왔어요?

들판 2009. 5. 28. 11:05

#1
정말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시는 아빠 마중겸 외출을 했다
언제 아빠랑 만나냐고 묻길래 잠깐 엄마 볼일 먼저 보고 그 다음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러면 어떻게 만나냐고 하길래 볼일 끝나고 나면 그때 아빠한테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똘이: 근데 엄마 전화 가져왔어?
엄마: 응
똘이: 근데 아빠가 전화가 가져왔을까?
엄마: 물론이지!

우리 똘이가 이런애다 ㅋㅋ

#2
어제 외출하느라 피곤했던거 같아서 8시쯤 깨웠더니
일어나자 마자 운다

똘이: 아빠가 보고 싶어요...

잠시 지켜보다가 더 이상 놔둬서는 안될거 같아서 가르치기로 했다

엄마: 똘이 너 정말 아빠가 보고 싶어서 우는 거 아니쟎아. 너 졸려서 그런거지?
똘이: 대답없이 계속 운다
엄마: 똘아, 만약 니가 아빠가 보고 싶어서 그렇다고 해도 엄마 생각엔 그건 아니야. 보고 싶다고 다 우냐?
        좋아한다고 계속 옆에 있어야 하는건 아니쟎아. 아빠가 회사를 나가셔야지 똘이 옆에 어떻게 계속 있어!
        아빠는 회사 가시는 거고. 너는 어린이집 가는 거쟎아. 너도 친구들도 다 그런거쟎아.
        아빠가 회사 간다고 똘이를 안 사랑하는거 아니쟎아. 아빠가 회사갔다고 운다고 그게 사랑하는건 아니쟎아.
        다음부턴 아빠가 정말 아침에 보고 싶으면 일찍 일어나. 그럼 되는거야. 만약 일어나서 아빠가 없으면 내가
        늦게 일어났구나 라고 생각하면 되.
        (지금 생각해보니 똘이가 알아 듣기엔 어려웠겠다 -.-;;; )

똘이는 아무튼 고개를 끄덕 끄덕 하고 네.. 라고 했다. 그리곤 조그만 목소리로 "아빠한테 전화해 주세요" 라고 했다

아빠와 통화를 마친후.
보통때라면 기분이 나아지는데 오늘은 왠걸..

똘이: 이제부터는 엄마는 싫어할거야. 아빠만 좋아할거야.

난 솔직히 의아했다. 뭔가 섭섭한게 있나보다 싶어서 잠시 놔두었다.
5분쯤 있다 다시 가보니 여전했다

침실이 자기 방이라며 다음부터는 엄마 아빠는 못들어오게 한다고 하더니
엄마 아빠는 둘다 바닥에서 자라고 하더니
엄마 방에서 못나가게 해서 어린이집 못가게 할거라고 했다

똘이는 뭔가 배신감을 느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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