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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똘이가 좋아하는 것

들판 2009. 7. 14. 14:16

똘이가 하원한 뒤의 저녁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는 늘 나의 고민이다.

하루 일과로 지쳐있는 나에게 똘이와의 시간은 체력적으로 힘들고 또 언제나 해야만 하는 집안일이 날 기다리고 있기때문에 힘이 들지만 나의 이런 상황이 엄마가 되면 혹은 누군가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는 경우라면 어쩔수 없는 상황이란걸  인정하게 된 다음부터 난 가능한 똘이와 많이 놀아주는것에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것이 불평대신에 대안을 추구한 나의 결론이고 또 저녁으로 빵을 주면서도 자책감에 빠지지 않기 위한 합리화 방편이기도 하다.

어제는 주말이 지난뒤라 반찬이 몇가지 있어서 간단히 밥과 국을 끓인 뒤 저녁을 먹였다.
역시 밥을 잘 안먹고 딴짓을 해서 애먹었다.
최후의 통첩으로 김밥을 다섯개싸서 남긴후 말안하기 작전을 구사했더니
처음엔 색종이를 접어서 컴퓨터방에 있는 나에게 와서 하나씩 던지고 가더니만
결국엔 "엄마 다 먹었어요"라고 말을 건네왔다. 녀석이 정말 눈치가 빤하다..

아무튼 뒷정리를 마치고 나니 7시 반, 피아노를 치자고 하였더니 장난감 피아노를 들고 와선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노는 모양을 보고 있자니 왠지 이제 많이 큰거 같아서 약간 뭉클한 맘도 들었다.
피아노 치는 시늉을 하고
막대기를 들고 지휘하는 시늉도 하고
심벌즈를 마주 부딪히면서 박자를 맞추고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 하고
심벌즈는 절대로 안빌려 주고
책상에서 책상으로 뛰어다니면서 엄마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고
도저히 끝날것같이 않은 놀이에
드디어 "옆집 사람이 씨끄러워서 쫓아올것 같다"고 겁을 주어 종료를 시켰다.
뭐. 꼭 협박만은 아니고 예절 차원의 문제라서 양심에 걸리진 않는다 ㅎㅎ

오늘 문득 생각을 해 보았다.
똘이가 좋아하는 놀이가 뭐였더라.

그림 그리기, 책읽기, 블럭놀이, 자동차 빵빵놀이, 기차놀이, 노래부르고 춤추기......
어린이집 선생님 말씀도 똘이가 거의 모든 놀이에 관심을 보이고 즐겁게 따라한다고 하셨었다.
가끔 똘이는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나에게 불러주거나 불러달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알면 해주지만 보통은 "엄마는 잘 모르니깐 네가 가르쳐 달라"고 얘기하게 된다.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다.
똘이에 대한 나의 바램은 똘이가 행복하다고 느끼면서 사는 것인데
이렇게 뭔가를 즐기면서 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즐겁게 하고 또 스스로 주도적으로 삶을 변화시키면서 인생의 행복을 찾아가는 똘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남편에게도 말하고 싶다.
"당신의 삶이 우리와 더불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그리고 "당신의 즐거움을 우리에게도 나누어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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