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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엄마가 안준다고 했으니깐 나 안가질래

들판 2009. 9. 18. 23:28
잠자리에 누웠다
긴 쿠션이 하나 있는데
엄마, 아빠, 똘이는 이 쿠션 쟁탈전을 벌이곤 한다
끼고 옆으로 누우면 꽤 편히 잘수 있다
똘이: 엄마, 긴쿠션 나줘요
엄마: 똘아, 오늘은 엄마가 하자
이때부터 똘이 칭얼대기 시작했다
똘이: 흑흑. 나는 한번도 안했는데 엄마가 안줘..
엄마: 무슨 소리야, 너 많이했쟎아. 그냥 오늘은 엄마가 하자
똘이: 흑흑.. 나는 두번밖에 안해봤는데 엄마가 안줘...
엄마: (순간 속으로 갈등했다. 그냥 줘버릴까? 아냐. 맨날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 버릇나빠지지. 좀더 지켜보자. 이렇게 맘먹곤) 똘아, 울지마. 엄마가 허리 아파서 이거 쓸게. 응?
똘이: (계속 칭얼대더니 급기야 울음보가 터졌다) 흑흑흑....
엄마: (난감하다. 하지만 운다고 주면 안된다고 생각되었다) 똘아, 이게 그렇게 갖고 싶어? 그럼 엄마 큰 베개 하나 주라. 그거랑 바꿔줄게.
똘이: (조금 더 울다가 베개를 갖다준다)...
그래서 긴 쿠션을 똘이에게 주었다. 그런데 똘이는 계속 울었다.
그리고 조금있다가
똘이: 나 이거 안해 흑흑
엄마: 왜? 엄마가 바꿔줬쟎아. 그냥 너해. 엄마는 이 베개면 되
똘이: &^%$^&&*()(() 
       (울먹이면서 말해서 무슨말인이 도통 못알아먹겠다. 몇번을 물어서 겨우 알아낸 내용인즉)
       엄마가 안준다고 했쟎아. 그래서 나 안할래(안가질래)
처음엔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녀석 뜻은 내가 처음부터 좋게 준게 아니라서 그게 맘에 걸려서 불편하니깐 자기 역시 갖지 않겠다는 것이였다
순간 걱정이 밀려왔다
어떻게 내가 모든걸 순순히 제가 하는것이 좋다고 하기만을 바라는 것일까
모든일이 자기 맘대로 되는것이 하나도 없는게 세상인데 이렇게 완벽하게 자기뜻대로 상대방이 컨트롤되길 바라다니 대체 얼마나 이아인 많은 순간에 상처를 받을 것인가 그 상처를 최대한 줄일수있게 훈련시킬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엄마니깐 그런것이겠지 하면서 걱정을 누르다가도 문득 성정이 원래 그러한 것이면 어쩌나 염려가 되었다.

어떻게 이 아이를 키워야 하는건지 정말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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