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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다섯살 똘이

들판 2010. 1. 15. 22:36
똘이는 달님반이 좋아서 햇님반 되기 싫단다
아마 작년 별님반일때도 한참 자긴 달님반 되기 싫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가 바뀌고 1,2월쯤 되면
똘이는 어서 형님반이 되고 싶어한다
오늘 드디어 똘이 입에서
엄마도 내가 어서 햇님반이 됐으면 좋겠지? 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고보면
똘이가 늘상 자긴 학교에 가기 싫고 집에서만 있을거란 말도
알고보면 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는 숨은 뜻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똘이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것 같았는데
사실은 그렇지도 못한것 같다
하지만 뭐 똘이 문제만 그런것은 딱히 아니니깐...
내 맘도 내가 잘 모르겠는데 말이다 ㅎㅎ
아무튼,

엊그제 수요일, 똘이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고나서
나는 한동안 멍~한 상태였다
나야 원래 다 좋다해도 부족한 2%까지 욕심을 부리는 처지라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아니 알고 있지만 별로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문제가
선생님과의 면담 과정을 거치면서 아주 시급하고 꼭 필요한 문제가 되어 버리면서 그런 상태였던 것인데
바로 그 다음날 오후에 요미요미란 곳을 등록하고 시켜보는 것으로
변화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체험수업을 창문너머로 지켜보는데
"네!" 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울컥해졌었다
언제 저렇게 컸을까
똘이는 늘상 집, 엄마 이런것에 몰두한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약간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뿐 잘 인도만 시키면 아주 즐겁게 그 상황을 즐기는 아이가 되었다는걸
나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어제 요미요미 체험 수업도 처음엔 집에 가자고 거의 울상이였다
나는 잘못 생각한건가... 잠깐 후회하기도 했었는데
이녀석, 그냥 낯설었던것 뿐이다
체험작품으로 나무를 그리고 꾸미는 것이 주제였는데
이녀석은 아예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치타까지 그려내고 있었다
나무와 치타...

그래서 오늘은 날씨가 오랜만에 따뜻해진 것을 핑계삼아
어린이집을 하루 쉬고 광화문으로 데리고 나갔었다

별님반 여름방학때 허탕을 한번쳤던 기억이 남아있는곳인 서울역사박물관에 데리고 갔다
(그때는 업고 다니느라 너무 힘들었었는데 오늘은 십오분 정도 업어주었을 뿐이였다)
서울디자인자산전 이란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역시 처음엔 집에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흥미있는것을 찾아내서 즐길 수 있게 도와주자
아주 관심을 보이며 나름 관람을 하였다
똘이는 보고 싶어하고 알고 싶어하고 궁금해 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약간 당황스럽다
지금까지 똘이가 여러 면에서 스폰지처럼 지식을 흡수하는 것을 보면서
나나 남편이나 그리고 어린이집 담임선생님도 매우 대견해하고 있었다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똘이는 기본 성향이 (까탈스런 나와 남편)을  닮아 있을 뿐 ^^;
아주 잘 자라고 또 생활하고 있단다
선생님 말씀을 듣다보니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 똘이를 봐왔다는 미안함이 들었다
나는 똘이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영화 한편 극장에서 본일 없다고 얼마전까지도 생각해왔었는데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였던것 같다
나와 남편의 성향이 똘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똘이가 자기는 집에만 있고 싶다고 말하고, 학교(이건 아마도 집 외의 공간 모두를 의미한다고 생각된다)엔 가지 않을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것이 반어법이고 또 똘이에게 새로움과 변화의 희열을 맛보여주지 못한 부모의 불찰이란 변수가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데도 우리는 변화하지 않을수 있을까
부모가 되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우리 부모는 왜 실감나게 가르쳐주시지 않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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