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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똘이의 뱀발

들판 2008. 9. 19. 15:44


똘이랑 있다보면 정말 가끔씩은 녀석 안에 무엇이 들어있나 싶을 때가 있다.
세살짜리지만 너무 성숙하고 능청스럽기도 하고.
나는 이런 똘이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번 적어놓을 틈을 못찾고 거의 대부분을 잊는다.
아마도 남편과의 전화통화의 50%는 그때 그때 똘이와의 재미나고 우스운, 때로는 기막힌 대화가 차지할 것이다. 딱 그만큼까지만 기억하고나면 내 머릿속에서 잊혀진다.
어쩌면 내가 기록해둘 자신이 없어서 남편이라는 기억창고에 전달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그래도 둘이서 나눴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 안위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뱀발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적어두려고 한다.
차곡 차곡 모아서 나중에 똘이에게 들려주리라 ^&^


[2008. 9. 19. 금요일]
혼내고 있는데 욘석이 자꾸 웃네요

엄마: 왜 웃어?
똘이: 웃은거 아닌데, 그냥 엄마 본 건데
엄마: ㅡ.ㅡ;;;


[2008. 10. 10. 금요일]
어린이집 가는 버스 안에서 보니 또 슬리퍼를 신고왔어요

엄마: 너 왜 운동화 안신고 그거 신었니?
똘이: (엄마 잔소리 하지마세요~라는 투로 담담하게..) 담부턴 운동화 신을께요.
엄마: ㅡ.ㅡ;;;



[2008. 10. 14. 화요일]
용돌이랑 장난치면서 놀던 중에

엄마: 용돌이를 잡아먹겠다~
용돌: 그러지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엄마: 그래도 용돌이를 잡아먹을테다~
용돌: 밥만 먹는거예요~




[2008. 10. 16. 목요일]
말안듣는 꼬맹이...

엄마: 똘이야 치카 해라~
똘이: 싫어~ 나 점프해야되, 바빠..
(그리곤 가버렸다)


똘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1

우리는 백과사전 '지도'편을 들고서 앞에서부터 훑어내려가고 있었다
문득, 중세시대 약탈자들의 만행(?)에 관한 그림 하나를 유심히 보던 똘이는

똘이: 엄마 이거 뭐하는거예요?
엄마: 어, 가운데 있는 사람이 아주 돈도 많고 먹을것도 무지 많았대. 그래서 여기 옆에 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꺼 뺐을려고 이렇게 다같이 몰려와서 괴롭히고 있는 중이란다~
똘이: (심각한 얼굴로 한참 보다가) 무서워..
엄마: 정말 못됐지?
똘이: (물끄러미 계속 쳐다보더니) 내가 "야!" 해줄거야. 야!!  


우리 똘이에게 요새 '정의'란 개념이 생기려나 보다.
요새들어 가끔 똘이는 불의가 느껴지는 순간에 "야!"를 해주겠다며 나선다.
세살짜리의 징벌, "야!" .....


똘이 동화책을 읽으면서 2

책장을 넘기니 원시시대인들의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똘이: 엄마 왜 원숭이들이 옷을 안입고 있어요?  라고 묻는다

참. 신기한것은, 우리 똘이 진짜 원숭이 보고는 왜 옷을 안입고 있는지를 물어본적이 한번도 없다.

[2008. 10. 18. 토]
무슨말인지 모르겠다구요~ 

수목원에 놀러간 우리 가족, 침엽수길을 걷고 있던 중 다리가 아파서 코너의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벤치 옆에는 숲의 기능에 대한 패널같은 것이 있었고...

똘이: 아빠, 이게 뭐예요?
아빠: 응~ 이거는 나무에 대해 설명해 놓은 것야...
       (아빠는 한 3분쯤 숲이란 무엇이고 거기기에 있는 나무들이 어떤 일들을 하는 것인지,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소상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 끝에 한마디로 요약하길...)
       말하자면 숲.의.역.할. 이라구!
똘이:  그게 무슨 말이예요~?@#


        한참을 듣고 있던 똘이는 그렇게 상황을 냉정하게 정리버리곤 저쪽으로 가버렸고
        아빠는 허탈한 웃음만 날렸다 ^^;; 


      

        [2008. 10. 28. 화]
      어부바~ 

        아빠와 함께 일찍 기상하여 기분좋게 배웅을 해 드린후,
        똘이는 엄마와 함께 아침코스를 밟고 있었다.
        아침 코스란, 간단한 식사(오늘은 빵과 선식)와 한약, 양약을 먹고 점프큐(비타민)와 뽀로로껌으로 입가심을 
        한 뒤에 옷을 갈아입고 어린이집에 갈 준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와중에 똘이는 아기때 하던 아기띠를 챙겨와선 엄마에게 말한다
        

오늘은 어부바 할래요


        그래서 준비를 모두 마친 후 어부바를 했다
        집을 나서려는데 아무래도 챙겨둔 약봉지(어린이집 가서 먹을 양약과 한약을 담아둔)가 보이질 않는다
        이런... 아까 똘이가 갖고 있는걸 본 기억이 난다.
        보통은 이럴 때 금새 찾아오는 녀석인데 오늘따라 헤맨다
        한참을 이방 저방 기웃거리다가 겨우 구석에서 약봉지를 찾아서 집을 나섰다.
        오늘따라 마을버스엔 사람이 가득하고
        똘이를 업은지라 의자에 앉을 엄두도 양보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등 뒤에서 쌔근거리는 숨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리길래 답답한가 싶어 정류장을 한개 일찍 내렸다
        어린이집을 향해 걷고 있는 나에게 똘이의 질문~!
        

엄마, 왜 버스에서 안앉았어요?

 

        녀석....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그건 엄마가 선택한 거라기 보단 상황논리인데 뭐라고 말해주나...
         순간 망설였지만 복잡할거 같아서 그냥 간단히 어부바를 해서 엄마가 앉지 않은 거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빠빠이 할때 울지않기로 약속을 받았다.
         꼬마야, 일단은 거기까지만 알고 있으렴..


 [2008. 11. 6. 목]
      아기도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깨끗하게 씻은 똘이, 이제 잠자리용 기저귀를 차고 내복을 갈아 입을 차례였다.
        엄마는 새 내복과 기저귀를 준비해 놓고 똘이에게 기회를 주었다(혼자 입겠다고 보통은 떼를 쓰므로)
        잠시 후,

엄마: 똘이야, 다 갈아 입었니?
똘이: 책을 읽고 있어요.
엄마: 똘이야, 엄마가 옷 먼저 갈아입으라고 했쟎아. 엄마가 말한거 먼저 해야지. 책은 엄마랑 같이 읽자~
똘이: 아기도 혼자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완전 딴청장이 녀석... 저럴 때만 꼭 지가 혼자할 수 있단다. 보통은, 혼자하라고 하면 "똘이는 못해에~" 라면서..ㅋㅋ

[2008. 11. 7. 금]
      내가 주물러 줄게~ 

        오늘은 똘이가 떼를 써서 근처 할머니댁에 다녀왔다. 왔다갔다 너무 피곤했던 엄마, 집에 오자마자

엄마: 엄마 너무 피곤해
똘이: 피곤해? 어서 책 읽고 자자
엄마: (속으로 웃음...B.U.T.)


얼른 씻고 기타의 과정을 모두 마친 후, 동화책 읽기 시작하여 몇번의 "한번 더"를 거쳐서 겨우 겨우 끝.
그렇지만 여전히 자기 싫은 똘이

똘이: 엄마, 물!
엄마: 조금 전에 물 마셨쟎아. 그냥 자!
똘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번 만!
엄마: (한참을 고민하다) 물 마시고 들어오면 그냥 불끈다! 진짜 마지막이야!
똘이: 네


그런데 물을 다 마신 이 녀석

똘이: 엄마, 오줌!

 

이 한 마디는 지금 차고 있는 기저귀에 쉬야를 했다는 소리로서
온통 꺼져있는 불을 다시 켜고 옆 방으로 가서 새 기저귀를 가져오자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어흑...
조용히 지 혼자 쉬야통에 하고 오면 되건만.

엄마: (진짜 꼼짝하기 싫어..풀 코스 끝났는뎅....) 몰라, 니가 알아서 해. 엄마 피곤하댔쟎아

!
그러고 나는 드러누워버렸다. 사실, 옆방으로 기저귀를 가지러 가는 것도, 기저귀를 차는 것도
이녀석은 혼자 다 할줄 안다. 문제는 이녀석은 자기 싫다는 떼를 이런식으로 쓴다.
아무튼 보통 이녀석은 내가 이렇게 나가면 평소같았으면 울어버리고, 애처롭게 울다가 혼자 기저귀를 가져왔었다.
그런데 오늘은 울지 않는다. 그러고는 하는 말.

똘이: (생글 생글 웃으며) 내가 주물러줄께


똘이 이녀석, 엄마가 피곤하다는 것을 이해했던 것일까?
아무튼 침대로 올라와서 엄마 배를 꾹꾹 누른다. 왜 하필 배냐면.. 아마도 해본 적이 있으니깐...ㅋㅋ
에휴...오늘은 내가 졌다!

엄마: 다리도 부탁해~ ㅎㅎ
똘이: 네~


그리고 나서 엄마랑 똘이는 손을 잡고 옆방으로 가서 기저귀를 가져왔고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었고
함께 불을 끄고 누웠다

이그! 여우같은 내새끼~!

[2008. 11. 11. 화]
난 아기가 아니야~ 

어린이집에서 집에 오는 길, 오늘 오후 간식이 단호박임을 확인한 엄마,
똘이가 그걸 먹었는지 궁금했던지라 물어봤다

엄마: 똘이야 오늘 간식 뭐였어?
똘이: 호박
엄마: 아~ 호박! 똘이가 호박을 먹었어?
똘이: 응
엄마: 맛있었니?
똘이: (정말 시니컬한 표정으로) 아니..
엄마: (똘이가 야채를 잘 먹기를 무지 바라는 마음으로) 이상하다, 너 호박좋아하쟎아.
        똘이가 아기였을 때 단호박죽을 얼마나 잘 먹었다구~
똘이: 난 아기가 아니야~
엄마: (말문이 막혔음)  ^^;


[2008. 11. 11. 화]
거품나서 하기싫어~ 

오랜만에 거품목욕을 하던 똘이, 갑자기 쉬야가 마렵단다
욕조에서 얼른 꺼내줬더니 욕조 바닥에 쉬야를 하겠단다

엄마: 안되 안되~ 쉬야통에 해야지~ 아빠 쉬야통에다 하자~
똘이: 싫어
엄마: 왜에, 거기다가 해
똘이: 싫어~ 거품이 나서 싫단 말야~


이유인즉, 아빠가 쉬야통 청결을 위해 부어놓은 락스탓에 쉬야할때 거품이 나는 것인데
그걸 갖고 꼬투리를 잡는 것이다. 에궁..


[2008. 11. 11. 화]
아빠 부엉이가 없대~ 

오랜만에 맴매를 들었다.
물론 맴매를 한 것은 아니고 흉내만 냈다.

사건의 발단은 다름이 아니라..
똘이랑 장난을 치는데 갑자기 녀석이

"아빠가 제일 좋아, 엄마는 저리 가"

이러는거 아닌가.
순간 기분이 확 상해버린 엄마는 그 후로 정말 세살 짜리에게 화를 내 버렸다.
말해도 대꾸도 하지 않고 
자꾸 엄마에게 껌을 주겠다는데도 절대 안 받고
물론 그러면서도 해줄건 다 해줬지만...
암튼 똘이는 계속 내 옆에서 깐죽거리다가 별것 아닌 일로 엄마에게 혼을 난 뒤에 울었는데
(무슨 일이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울다가 그만 침대에 쉬야를 해버렸다.
챤스를 잡은 엄마는 당장 맴매를 들고와서 징벌을 하였다.

찡찡거리며 우는 똘이에게
네가 뭘 잘못했는지를 굳이 이야기해보라고 했는데
(나쁜엄마)
이녀석이 모른단다 ㅜ.ㅜ
암튼 침대보를 다시 가는 동안 내내 똘이는 벽 앞에서 울면서 서 있었다
물론 입으로만 울었다, 이때는...
그리고 엄마는 똘이가 잘못한 이유 두 가지를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첫째, 쉬야통에 쉬야 안하고 침대에 쉬한 것
둘째, 엄마한테 버릇없이 말한점,
아까 똘이가 한 말을 상기시킨 뒤에 잘못한 점임을 분명히 하였음

그 죄로 오늘은 책을 읽어주지 않으려고 했으나
똘이의 애절한 요청에 어쩔수 없이
"엄마를 기다리는 아기 올빼미"를 읽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책을 몇번이고 되집어 읽던 똘이가 묻는다

똘이: (아기 올빼미를 가리치며) 엄마, 이거 아빠야.
엄마: 아니야, 그건 아기 올빼미야.

똘이는 맨날 우긴다. 동화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자기 맘대로 바꾼다.
물론 그럴수도 있지만 엄마는 오늘 그걸 받아주고 싶지 않았다.
분명히 오늘 동화의 주인공은 엄마와 아기올빼미 세마리였다.
아빠는 없었다.

똘이: 아냐, 아빠야.
엄마: 아냐, 아빠는 없어!
똘이: (갑자기) 우왕~~~~~~~~~~~~~~~~~~


똘이가 너무너무 슬픈 얼굴로 서럽게 우었다.

똘이: 올빼미 아빠가 없대..... 아빠가 없어.. 흑흑....


결국 엄마는 아빠는 잠깐 여행을 갔고
아기 올빼미가 맘마를 많이 먹고 무럭무럭 크면
엄마와 함께 아빠를 찾으러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이야기 해 주었다.

[2008. 11. 17. 월]
똑같은거라구~ 

Zebra와 얼룩말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똘이: Zebra는 얼룩말이랑 똑같이 생겼어
엄마: 똑같이 생긴게 아니라 얼룩말이야
똘이: 아니야아~  똑같이 생겼단 말야
엄마: 우기지 마, 아니라고! Zebra가 얼룩말이라고!

그리고 나서 세계지도를 폈다
우리나라를 찍고, 영어를 쓰는 나라들을 찍고 그리고 언어가 다르다는 것을 살짝 설명을 해줬다
하지만 녀석은 '우리나라'라는 것이 무슨의미인지도 모른채 우리나라 찾기에만 잠시 골몰.
 그뿐이였다
Zebra하고 얼룩말은 똑같은 거라구!!  라고 할때 뭐라고 설명해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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