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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담담하게 쓰려하다.

들판 2010. 12. 6. 11:34
어제 저녁,
똘이는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솔직히 모르겠다.
놀아주지 않는다고 생각되어서?
엄마아빠는 1박 2일을 맘대로 보는데
자기는 늘 보고싶은 TV, 그 재미있는 것을 허락받아서 봐야 해서?
(똘이는 어제 오후에 토이스토리 2를 보았다. 그러고나서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해서 본거라고 우겼다)
아무튼 그래서 똘이는 저녁을 조금 먹고
1박 2일을 보는 엄마아빠 옆에서 기분나쁜 표정으로 징징거리다 잠이 들었고
삼십분 정도 잔 뒤에 일어나서 한차례 폭풍찡찡을 하였었다.

잠결에 아빠의 얼굴을 발로 가격한후,
아빠에게 혼나서
그후로 아빠 옆에는 가려고 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엄마가 주로 폭풍찡찡을 담당하였다
뭐..언제나 그렇긴했지만...
그래도 똘이가 아빠옆에 가려고 하지 않으면
엄마는 정말 힘들다.
한참을 엎어주고 기분 풀어주고
씻기고
이러느라 사십여분이 흘렀다
그리고 한시간 정도 책을 읽어주고
약을 먹이고
재웠다.
책을 읽어주는게 고되긴했지만
그 후론 별다른 성질은 내지 않았다.

그 사이 아빠는 홀로 아침 출근준비를 하고 잠자리에 누워있다가
정말로 잠이 들어버렸는데
어째 책 읽기 전부터 아빠가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낌새를 챘던 엄마는
아홉권째 책을 읽다가 화가 치밀어올라 잠결임이 분명한 아빠에게 잔소리를 했다
"생각이 없는 아빠야 당신은..."

지금 생각해도 참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남편의 경우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또 나름 똘이에게 관심을 갖고 있고
똘이가 좋아하는 로보트 놀이, 빵빵 놀이도 정말 잘 해주지만
정작 기본적인 아빠와 아들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아주 소극적이란 것이다.
상호 관계에 있어 어떤 행동을 하는것은 이유가 있는것이다
아빠 아들 사이에서도
아들이 아빠를 피해서 엄마 뒤로만 숨을때,
아들이 아무리 잠결이라지만 아빠를 거부할때
그것은 뭔가 이유가 있고 그것은 예민하게 지켜봐야 하고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된다.
엄마 아빠와의 관계도 명쾌하게 풀고 나가지 못하는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갈 것이라고 어떻게 기대할수 있을까?
물론, 엄마아빠와의 관계는 타인과의 관계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많고
그것중에서 훈육과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부분이 아주 중요할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사람간의 기본 예절, 상호간의 감정교감 이란 차원에서의 접근도 이제는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똘이가 잘했다는 것도, 뭘 크게 잘못했다는것이 아니다
엄마가 잘했다는 것도, 뭘 크게 잘못했다는 것도 아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것은
똘이와의 시간이 서로 더 잘 통하고 그래서 서로간에 행복한 시간들로 채우고 싶다는 바램인 것이다
똘이는 어쨌든 우리둘의 아이이고
우리가 가르쳐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똘이가 불만을 느끼는 TV 시청도
사실 똘이 입장에서의 불만인것이고
늘 똘이 맘대로 엄마아빠를 끌고 가려는 것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절해야 하는지 엄마로선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빠만의 몫, 역할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거 같다.

어제와 같은 경우도,
당장 문제를 해결하리란 기대는 아니지만
문제가 무엇인지 엄마아빠 사이에서 충분히 얘기가 나눠져야 하고
또 아빠 똘이 차원에서 그것을 풀기위한 1단계가 0단계라도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다
엄마가 모든 순간을 책임질수도 없는 문제이고
또 아빠라서 더 잘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않나

어제 저녁의 두시간은 그래서 정말 힘든 시간이였고
나 몰라라 잠이 들어버리는 남편이 참... 그 머릿속이 궁금했다.
그 사이 시어머니께서는 전화를 세통이나 넣으셨고
아침에 겨우 살핀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다섯통이 찍혀있었다
전화를 안받는 며느리에 느끼셨을 실망감에도 죄송스럽고
이럴때 남편이 나를 위해 시어머니께 어떤 변명이나마 해주었길 바라게 된다
그럴리는 없었겠지만...

또 한주가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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