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 느릿 인생

사라진 옛 물건들 본문

기억과 소망

사라진 옛 물건들

들판 2012. 3. 5. 14:05
나 어릴적에
엄마가 마호병에 따뜻한 물을 넣어두었다가 주셨던것이 생각난다.
언젠가부터 사라졌었는데...

전축도 그렇다.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였는데 가끔씩 동요를 들었었던것 같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그 전축에 캐롤을 걸어놓고는 셋이서 신나했던 기억과
초등학교시절 피아노학원에서 안단테 칸타빌레를 잘 치기 위해서 음반을 사서 들어봤던 기억이 있었다.
그 전축도 중고등학교 무렵인가 사라졌었다.

또, 엄마의 재봉틀..
어릴적 엄마가 몇번 작업하시던것을 본적이 있는데
그건 또 언제 사라졌을까..
예전에는 결혼전에 수예를 배우던것이 유행이였다고 한다.
엄마의 작품을 몇점 본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면 엄마는 신부수업까지도 착실히 하고서 결혼을 하셨었구나.
하지만 엄마도 안했던것도 있다. 바로 요리!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는데
엄마를 키워주셨던 외증조 할머니께서는 집안일은 안배워도 된다고 하셨단다.
그 할머니가 엄마 시집올때 일하는 언니도 함께 보내주셨으니 그런 말씀 하실만도 하지
아무튼 엄마도 나처럼 밥한번 안해보고 시집을 온것은 똑같군!
그리고 집안일 하기 싫어하는것도.

지금은 사라졌다.
물건도 기억도 희미해진다.
똘이의 기억속에 내 삶도 녹아들어서 언젠가는 나처럼 희미하게 떠올리곤 할까

어제 서점에서 "영원이 사는 법" 이라는 동화를 똘이에게 읽어주면서
문득, 끝없는 내일이 내겐 없지만
그래서 땀흘리며 몸으로 살아내는 이 순간이 더 귀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했다.
내 기억속의 옛 물건들은 그저 과거의 흔적일뿐..

'기억과 소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문] 박사논문 쓰면서 기억하였던 것들  (0) 2012.09.04
새벽  (0) 2011.07.30
조카들  (0) 2010.07.16
첫사랑  (0) 2010.02.08
꼬맹이의 꿈  (0) 2010.01.2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