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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닌텐도와 포켓몬

들판 2013. 1. 11. 14:23

요새.. 똘이 아빠가 새벽퇴근에 주말공휴일없이 일한지가 벌써 두달째이다.

그나마 주말에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마저 없어져 버린 똘이는

좀 기운이 빠져있다.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바쁘고..

그렇게 성탄과 신년을 맞이한 똘이는 너무 심심해했고

엄마아빠에게 장난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똘이는 년말부터 맥포머스라는 고가의 장난감과 

머리 네개 달린 용이 들어있는 닌자고에 잠시 빠지기도 했다.

장난감을 사주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뭔지 엄마는 좀 알것도 같았다.

결국 같이 놀아주지 않으면 장난감으론 부족하다.


방학을 맞아 큰이모네로 하원하고 있는 똘이,

이번에는 형이 가진 닌텐도에 홀랑 마음을 뺐겼다.

똘이가 좋아하는 블랙 큐레무와 화이트 큐레무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을

형이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게임기는 절대 안된다고 평소 말해왔기때문에

똘이의 소원은 딱 한번만 해보는 것이다. ^^

어젯 밤에는 아주 강력히 그런 마음을 표출했다.


똘이: "엄마, 수찬이 형 닌텐도 화이트 큐레무 있대, 난 블랙큐레무가 더 좋은데...형도 블랙이 좋은데 친구들이 다 블랙이라서 화이트 샀대. 지난번에 엄마 아팠을 때 있쟎아. 그때 우리만 일찍 집에 안왔으면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었을텐데...엄마, 나도 13살 되면 핸드폰 말고 닌텐도 사주면 안돼? "

(수찬이 형은 드물게도 핸드폰 없는 13살이고. 그게 큰이모의 주관이며, 이모는 정말 늦게 형에게 드디어 닌텐도를 사주었다)

엄마: "큰이모 한테 한번 하게 해달라고 하면 되겠네!"

똘이: "안돼! 큰이모가 준찬이(수찬형의 동생이자 똘이의 베프)도 특별한 날에만 시켜준다는데 날 시켜주겠어? 흑흑.. 엄마가 한번 부탁해봐"



그래서 엄마는 어젯밤에 이모랑 통화해서 저간을 설명하였고 큰이모는 설날이 되면 한번 시켜주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그 이야길 들려주었더니 

똘이: "엄마~ 왜 그랬어(왜 이모한테 내 얘기 했어~)" 

엄마: "네가 엄마한테 부탁해 달라며" 

똘이: "내가 언제 그랬어, 나는 그냥 엄마가 부탁하고 싶으면 그러라고 한거지!!"


똘아, 정말 너는 이 말들의 차이를 알고 그러는 거니? 정말로? 

.....


내가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이 녀석이 상당히 의뭉스럽다는 점이다.

겨울에 딱 한번, 같이 영화를 보러 외출한적이 있는데(엄마의 증상이 상당히 호전된 후이자 똘이의 겨울방학이 끝나기 직전에)

그때 서점에 들러 책을 한권 고르라고 했었다.

똘이가 골라온 것은...엄마 보기엔 포켓몬 만화책 이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닌텐도의 포켓몬 게임북이었다.

이 녀석이 왜 이런 책을 샀을까 ... 실수일거야..했었다. 

만약 엄마가 그때 그 책이 게임북인걸 알았다면 못사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의 대화를 통해서 그 때 이미 녀석은 그 책이 무엇인지 알고 산 것이란 걸 알게 되었고

녀석은 나름 그 책을 활용하고 있었다.

웃음도 나오지만 고 꿍꿍이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자못 기대(?)가 된다.


아직 책도 잘 못 읽는 녀석이 그걸 펼쳐놓고 한참을 있는걸 보고

쟤가 과연 지금 뭘 보고 있는 걸까...궁금해했었는데

(게임북이란게 게임을 안하는 사람에게는 거의 암호 수준의 내용이라 엄마는 읽을 엄두고 내지 않았다)

어제 녀석왈.

엄마, 닌텐도에서 포켓몬의 어떤 캐릭터에 대한 게임들이 있는줄 아냐면서 줄줄이 말하길래

어찌 알았냐 했더니 책에 나와 있단다.

아마도 그림과 글자를 유심히 관찰한 결과이리라.


녀석을 키우는 게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는 느낌이다.

그리고 어제는 그 조각을 맞추는 단서를 찾아서 하나의 부분을 맞춰보았고

결과적으로 나온 모습은 "의뭉스런 똘이" 

재밌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고..슬프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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