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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손가락 피아노 학원

들판 2013. 3. 7. 22:11

초등학교에 입학한 똘이,

오늘로 네번째 등교하였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아직 정확하게는 알수 없다.

다만, 일찍 하교하기 때문에

방과후활동도 계획하고 있고

현재는 영어학원에 등록해 다니고 있다.

그리고 남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드디어 피아노를 배워주려고

오늘 같이 동네 서점에 가서 

수업에 사용할 악보집을 하나 구해왔다.

시대에 맞는 교수법이 무얼까 살짝 고민이 되기는 하였지만

엄마가 배운대로 해보자고 꼬셔서

세광에서 나온 바이엘 상권을 가져왔다.


저녁을 먹고

첫장부터 속도감있게 진도를 나갔다.

사실, 6살 무렵에 (엄마도 그때부터 시작했으므로) 한차례 시도를 하였었는데

엄마도, 아이도 준비가 덜 된 듯하여 미루어두면서도

이녀석 가르치는 일이 쉽지는 않겠구나, 녀석만을 배려한 장치들이 동원되지 않으면 힘들겠다 싶었기에

가능한 주입식이 되지 않으려고

그리고 어렵지 않게 알려주려고 다짐하며 다시금 시작을 하였다.


그런데... 역시 쉽지 않다.

6살때와는 다르게

배우려는 의욕이 넘쳐 나는데

문제는 끝까지 듣지도 않고 "아~ 알겠어! 알겠어! " 하면서 나선다.

가장 큰 난관은 "박자"의 문제이다.

4분음표와 2분음표 그리고 온음표를 알려주고

박수를 치면서 입으로 해보라고 시켰다.

곧잘 하였다.

그런데... 오른손으로 직접 치게 하였더니 도저히 맞질 않는다.

메토로놈을 가져와서 박자 맞추기를 도와주려고 하였지만

역시 안된다.

더 쉽게

더 차근차근

하지만 재미있게 가르쳐줄 묘수가 필요하다.


그런데....이 녀석이 이렇게 성격이 급한 것이 날 닮은 걸까?

아니면, 혹시라도 피아노치는 것이 그냥 자연스럽게 하면 될거라고 착각을 했던 걸까?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설명을 안듣고 바로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걸 보면

자신감은 대단한것 같다.

결국 도레미파솔라시도와 악보 보는 법을 모르고 연주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이 되었으니 될 리가 없다.

요, 쪼매난 꼬마는 그래서

결국 씩씩 거리면서 일어나서는 부아를 낸다.

난 절대로 피아노 따윈 안배워! 라고 소리친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엽다. 잘 하고 싶었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속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어서 

너는 손 모양이 엄마랑 닮아서 

아마도 피아노 치기엔 유리한 모양일 거라고 말해주었다.

똘이와 엄마는 손이 정말 비슷하게 생겼다.

엄마는 똘이 손이 엄마손의 축소판인게 좋고

똘이도 엄마 손을 닮았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엄마 말을 듣고는 금새 똘이 맘이 풀려버렸다.

내친 김에, 

"이제 똘이는 우리집 피아노 학원에 등록한 거다" 라고 해주었다. 

그랬더니 "그럼, 학원 이름은 말안해도 알겠네." 라고 한다. "손가락 피아노 학원!"

엄마가 가르쳐 준다고 좋아해 주니,

더 열심히 가르쳐줄 수 밖에 없겠다. 

궁리를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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