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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낭만적인 똘이

들판 2013. 6. 14. 22:35

며칠전부터 똘이가

금요일에는 하교할때 자기를 마중나와줄 것을 졸랐다.

뭔가 보여줄것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목요일, 

할머니네에 있던 똘이와 저녁이 다되어 만나서 함께 집으로 오던중

갑자기 마음이 동한 똘이가

지금 가보면 어떻겠냐고 청했다.

일찍 저녁도 먹은지라 산보겸 그러기로 했다.


엄마 혹시 연꽃 본적 있어?

응? 아니, 본적 없는데... (사실 잘 기억이 안나지만 똘이를 위해서 그렇게 대답해 주었다. 아니다. 혹시 보았더래도 별 느낌이 없었으니깐 보지 않은 것이 맞다)

아하. 못봤다 이거지~!


이렇게 오늘 우리가 무엇을 보러 가는 것인지에 대해 미리 광고를 하고 나서 오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똘이가 다니는 학교를 지나서 

똘이 손이 이끄는대로 오분쯤 따라가다 보니 작은 공원이 나왔다.

그리고 공원안에 들어가면서 똘이의 낭만적인 면모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엄마, 저기 나무 보이지? 그게 800살이 넘은 나무래.

(사실 뭔가 다른 표현이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응 그렇네..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거였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약수터가 보인다.

똘이가 가서 바가지에 물을 떠서 한입 마시고는

자랑스럽게 나에게 건네준다.


그리고는 손을 잡아서 바삐 걸어간다.

엄마, 이제 눈감아. 눈감고 따라와..


그래서 실눈을 뜨고 조금을 따라갔더니

아담한 정자가 나오고 그 위로 올라갔는데...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였다.

가득히 연꽃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봉우리들만이 있었다.

그때부터 똘이의 아쉬운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해서

연못 주위를 한바뀌 돌면서 혹시 어딘가에 활짝 핀 연꽃을 볼수 있는 곳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결국은 찾지 못하여서


엄마, 아침에는 활짝 핀대

내일 우리 또 오자!


솔직히 정말 감동이었다.

똘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거 같았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해줘야 되는 것인지 이렇게 나는 늘 똘이에게 배운다.


나중에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바로 엄마가 외출해서 외할아버지네로 갈때 똘이와 외할아버지가 지나는 길목 이었다.


똘이가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날이면 늘

학교를 빠져나와

마트에 들러서 과자를 하나둘 골라서

그 길을 따라 공원에 들어가 

약수를 마시고 

정자에 앉아서 과자를 조금 먹고

공원을 빠져나와 산으로 올라가서 운동을 하고 할아버지네 집으로 가곤 했던 것이다.


할아버지네 가는 날이면

똘이의 신발주머니에는 과자가 한두봉지씩 들어있어서

과자를 먹는 것은 알고 있었고

어느 산의 길목에서

운동기구를 하거나 달리기를 한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똘이가 그 정자에 앉아 과자를 먹으며

활짝 핀 연꽃을 보고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했을 그 마음을 이제야 알게되었다.

똘이가 정말 예쁘고 고마웠다.

똘이 말이, 연꽃이 백송이도 더 피었었다고 했다.

새삼 나의 아빠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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