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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똘이 홀릭

들판 2013. 11. 7. 21:57

오늘 날씨가 참 맑았다.

문득, 하교하는 똘이 마중을 나가고 싶어서 부랴 부랴 나서는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아파트 현관을 천천히 올라오고 있는 똘이가 보였다.

표정이 지친듯, 밝지 않았지만

반갑게 손을 흔들었더니 금새 웃는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표 간식으로 할머니가 보내주신 고구마를 얇게 잘라서 오븐에 구워주었다.

그리고, 똘이와 함께 서점 산책을 가기로 하였다.

다음주에 사주기로 약속하였던 고무딱지 한통을 똘이가 포기하는 대신에

지금 이 순간 너무 읽고 싶다는 "내일은 실험왕" 이라는 만화책을 사주기로 하였다.

내 입장에서는 아마도 하교하는 똘이 얼굴이 마음에 걸려서 응하게 된 산책길이었다.

 

 

똘이랑 길을 걸으면

나는 많은 것들 봐야 하고, 기다려야 한다.

요새 똘이는 가을 낙엽에 꽂혔다.

 

"엄마, 가을이 무슨 계절인지 알아? 내가 가르쳐 줄까?"

"응~ "

"낙엽의 계절이야~!"

"아..그렇구나... 근데 파란 하늘의 계절 아냐? 엄마는 알레르기의 계절인거 같은데?"

 

"어, 저기 까치다. 두마리네? 엄마, 나 까치좀 보고 가도 되?"

"엄마, 이것좀 봐."

"엄마, 이것좀 봐."

"엄마, 이것도..."

 

돌아오는 길에도 두 갈래 길에서 공원에 산책나온 강아지를 피해서 한쪽으로 걷고 있는 나에게

똘이는 "엄마, 저기 낙엽색깔이 너무 이쁘다고 와보라고 재촉한다."

하지만 그쪽엔 강아지가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이쪽으로 간다고 확실히 얘기하고 따라오라고 했더니

이 녀석이 안온다..

저 너머로 가만히 서 있는 녀석이 보였다.

똘이는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두 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걸어가고 있는 똘이를 보고 나도 안심하고 앞으로 걸어갔는데

어느새 나랑 눈이 마주친 녀석이 홱 돌아서 원점으로 가버린다.

어쩔 수 없이 녀석에게 갔더니 토라져있었다.

게다가 엄마를 마구 떄리려고 해서

손목을 꽉 잡고 혼을 내 주려는데

녀석의 울음보가 터져버렸다.

약간 의외였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녀석이 잠시 동안이였지만 무서웠었던건가 싶어서 물어보았더니

역시 그랬다.

살짝 미안해 진 마음에 업고 걸어갔다.

"엄마가 똘이를 진짜 많이 업어주었는데, 요새는 진짜 통 안업어줬네...... "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다가 무거워서, "이제 그만 내려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미안함을 상기하며 그냐말로 꾹 참으면서 걷고 있는데

"이제 그만 내릴래.."하고 스스로 내린다. 고맙게도..

 

똘이와 많은 산보를 했다.

앞으로도 그러겠지.

오늘의 길도 기억에 남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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