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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울면서 깨다

들판 2015. 12. 21. 08:56

좀처럼 없는 일이다.

똘이가 자다가 크게 흐느껴 울었다.

그 소리를 듣고 깬 내가 얼른 아이를 흔들어깨웠다.

똘이가 채 울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 해준다.

 

내가 어디에 있었는데

내가 먼저 왔는데

나보고 나가라는 거야

이모부라는데 얼굴은 아니고(자기가 아는 진짜 이모부가 아니라는 뜻)

옆에 아빠도 있었는데 아빠도 그랬어

왜 나가라는데 안나가는 거야! (짜증스러운 말투로)  라고 했어....

 

괜챦아. 엄마가 있었으면 똘이 편 들어주었을텐데..

괜챦아... 해주고 다시 재웠다.

 

곧 아침이었다.

 

나는 그 길로 일어나서 콩나물국을 끓였다.

똘이가 좋아하는 아침메뉴는

누릉지도 아니고, 시리얼도 아니고, 토마토 치즈도  아니고

뭐가 되었던 국 이었는데

난 그게 참 해주기가 어려웠다.

오늘은 맘 먹고 해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똘이 덕분에 마침 딱 맞게 일어나게 되었다. 

 

아침을 준비하고

똘이를 깨웠다.

 

차려 둔 것을 보더니

맛있는거 했네. 라고 말하고는 금새 잘 먹었다.

사과 한쪽을 디저트로 먹으면서 물어본다.

 

시험 두 개(과목) 보는데 이렇게 맛있는걸 해주면서

왜 엊그제 세 개 볼때는 안해줬어?

나 시험봐서 이거 해준거야?

내가 울어서 해준거야?

 

아니야. 원래 해주려고 했었어.

금요일엔 (시험 세과목을 보던 날) 엄마가 여유가 없었쟎아...

 

어제 정말 오랫만에? 처음으로?

점심부터 오후 내내 영어와 수학 시험 공부를 엄마아빠와 번갈아 했었다.

재미있게 곧 잘 하더니 막판에 딱 한 문제만 더 풀어보자고 하는 대목에서 울음이 터졌다.

힘들었었던 것 같다. 이제야 끝이다 싶었는데 한 문제를 더 풀어야 하다니 너무 했나 싶었나 보다.

 

곧 크리스마스이다.

3살? 4살 정도때였나.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주신다고 해서 참다 참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던 똘이 모습이 떠오른다.

똘이는 이제 또 다른 울음을 운다.

그때는 그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참을 수 없었을 뿐인데

지금, 나는 살짝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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