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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의 뱀발

아빠 도시락을 싸다

들판 2009. 10. 22. 10:47
엄마는 청소를 하면서
내일 아침 아빠의 양식거리가 될 방울 토마토를 물에 담궈놓았다
청소가 끝나면 씻을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똘이가 재빠르게 싱크대로 가더니만,
엄마! 이거 뭐예요?
엄마! 이거 내가 씻어도 되요?

순간 스치는 생각!
그래! 그래!
똘이가 좋아하는 꼭지 따고~! 를 하면서
엄마 청소하는데 방해도 안하면서
똘이가 좋아하는 과업수행의 길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오케이~!

똘이는 거의 삼십분이 되어가는 시간동안
오십알쯤 되는 방울 토마토를
천천히 하나 하나씩 꼭지를 따고
씻고  ( <--사실 엄마는 마음에 걸리는 대목, 얼마나 잘 씻었을런지... ㅡ.ㅡ  하지만, 적어도 몇개는 흐르는 물에 씻고는 "엄마, 이거 깨끗하게 씻어다요~!" 라며 하나씩 하나씩 확인받곤 했다)
지퍼백에 넣어서 완성을 지었다

아빠꺼 한봉지
그리고 엄마것도 한봉지
마지막으로 똘이거까지..

그리고 기분이 좋은 김에 토마토 몇알을 입어 넣어주었다
하루종일 컨디션이 안좋아 별로 먹지 않았는데
과업완수하느라 지친 몸을
몇알의 토마토가 달래주기를 엄마는 정말로 정말로 바랬다

그날 저녁
열시쯤 퇴근해 오신 아빠에게 신나게 자랑을 한다
그리곤 "엄마, 이거 비밀이니깐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되요~"
언젠가 우리들끼리의 즐거움을 비밀로 간직하자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듯 했다
그래서 엄마는 너무 자랑하고 싶다고 했더니 조금 고민하는듯 하더니 "말해도 되! 말해도 되!" 하는 거였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는 아빠에게 똘이는 방울 토마토를 챙겨가시라고 귀여운 잔소리를 하였다

너무 똘똘한 똘이..
4살이지만, 뭔가를 맡기면 섬세하게 계획해서 깔끔하게 해낸다
이녀석의 이런모습은 정말 멋진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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