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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소망

용기

들판 2008. 9. 24. 00:11
나에게 처음 용기란 말을 인사시켜 주었던 친구가 있었다.
초등학교 4학년때 우리반 친구였던 양숙이~
어릴적엔 그 이름이 약간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정겹다. 문득 내 옆에 친구가 있어서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기억속의 그 아인 촌스러움과는 정말 거리가 멀었고 문학을 사랑하는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였다.
내가 4학년 가을에 전학을 간 이후 중학교 1학년때까지 나의 펜팔친구였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정말 철없는 아이였다.
아무튼.
어느 날 보낸 편지에서, 나에게 용기가 있냐는 질문을 던졌었다.
너는 용기가 있니?
그 애는 그 즈음 학교생활의 어려움에 용기란 단어를 떠올렸던 것인데
나에게 너무 격조해서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너는 용기가 있을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적어보냈었다.
생각해보면 우린 서로에 대해서 잘 몰랐던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별로 용기가 없으니깐(양숙이도 자신의 용기없음을 중학교 1학년의 나이로 한탄하고 있었다)
그 편지 이후로 내 머릿속에 '용기'란 화두는 늘 맴돌았던거 같다
나는 용기있는 사람인가?
험험... 용기있는 사람 나와봐!!

내가 정말 용기없는 사람이란 것을 절실히 느꼈던 최초의 순간은..
고등학교때, 체육선생님이 몰지각한 체벌을 하는 장면을 목도하고서도
방관할수 밖에 없었던 때가 아니였을까.
그때 체벌을 당했던 친구는 평소 가깝지도 오히려 친하고 싶지 않았던 쪽에 가까운 아이였지만
그럼에도 그건 정말 아니였는데.....  

가끔씩, 나에게 용기에 대해 물어주었던 그 친구가 보고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양숙이란 이름 참 이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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