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 느릿 인생

사육당하는 아빵 본문

똘이일기

사육당하는 아빵

들판 2011. 6. 30. 10:05
아직도 잠자기 전에 똘이가 하는 "물마시고 싶어" 는 계속 되고 있다.
나는, 왠만하면 참으라고 하고 절대 꼼짝을 않지만 가끔씩은 흔쾌히 따라가 주기도 한다. (저녁에 해먹인 것이 좀 짰다고 느꼈을 경우 ㅎㅎ)
똘이 아빠는,
뭐.. 똘이가 말표현이 안예쁘거나, 공손하게 부탁하는 버릇이 안들였다고 느꼈는지
물 마시러 가고 싶으면 아빠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하라면서 표현까지 일러줬다
"아빠, 똘이가 물 마시고 싶은데요. 아빠랑 같이 가고 싶어요." 뭐. 이런 거였다.

처음엔 그게 통했다.
컴컴한 잠자리에 누워 한참 있다가 발딱 일어나서
물마시러 가자고 정중하게 요청하는게 쉬운 일은 아니여서
똘이는 아빠가 말한 표현을 제대로 구사하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아빠가 있으면 의례히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아빠, 똘이가 물 마시고 싶은데요. 아빠랑 같이 가고 싶어요."

근데, 어느 순간 이게 약간 어긋남이 느껴졌다.
똘이 아빠는, 똘이가 그렇게만 말하면
거절해도 될 상황. 이를 테면, 좀전에 다녀왔거나, 아니면 아빠가 거의 잠이 들기 일보직전일지라도. 따라가는 거였다.
왜냐면 똘이는 아빠 말대로, 정중하게 부탁을 하므로 아빠는 당연히 들어줘야 하는거였다.
이 모습을 보면서, 똘이 아빠가 똘이에게 사육당한다는 느낌이 살포시 들어서 ㅋㅋ 좀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어젯 밤,
잠자리에 들어서 얼마후 똘이가 또 말한다.
"아빠, 똘이가 물 마시고 싶은데요. 아빠랑 같이 가고 싶어요."
아빠는 무거운 몸을 끌고 일어나서 거실에 있는 냉장고로 향한다.
그 뒤를 따라가면서 똘이가 하는 말
"에이. 꼭 이렇게 말해야 간다니깐!"
ㅋㅋㅋㅋㅋㅋㅋㅋ
순간 어찌나 웃음이 나오던지.
똘이에게 그 말은, 그저 주문에 불과했던것일지도 모른다. ㅋㅋㅋ
하지만 아빠의 정직한 노동의 결과가 언젠가는 결실을 맺을 런지도 모르지.
결국은 작은 습관이 모여서 한 사람의 행동을 구성하니깐!

'똘이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미작품  (0) 2011.07.01
똘이의 편지  (0) 2011.07.01
어린이집 마당에서  (0) 2011.06.20
엄마, 용기를 내!  (0) 2011.06.18
눈 감아봐  (0) 2011.06.0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