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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일기

한약을 버리다

들판 2009. 5. 7. 09:56
아침부터 녀석이 거슬렸다

아빠가 없다고 일어나자마자 울기 시작
혼을낼까 하다가 그냥 무시했다. 그리고 아침을 차려주었다
요새 나름 상황을 인지하는 듯 괜챦았었는데 또다시 우네.

아빠에게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전화를 해주었더니 딴청을 부린다. 작은 물품을 살짝 던지기도 하였다.
혼을낼까 하다가 달래서 전화를 받게 하였다

어제 똘이가 빵집에서 고른 카르테라를 썰어서 요구르트와 함께 아침으로 주었는데
안먹겠단다. 그러더니 어젯밤 냉장고에 넣어둔 아빠의 쵸코 다이제를 아침으로 먹겠다고 스스로 꺼낸다
기가막힐 노릇이다. 아침은 엄마가 차려주는걸 먹는게 당연한데 이녀석은 스스럼없이 지 맘대로 한다. 잘못된거다 고쳐야겠다. 잠깐 혼을낼까 고민하다가 역시 모른척 했다. 그대신 빵과 우유를 옆에 차려주고 내가 먹었다. 곧 넘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 녀석은 딱 한개 먹고 바로 빵을 먹겠다고 했다.

옷을 입고 이제 나서야 할 참이였다. 한약 준비한걸 안먹은게 생각나서 어서 먹으라고 했다. 까불까불하던 녀석은 또 느림병이 도져서 좀체 움직이질 않는다. 그래서 내가 가져와서 먹으라고 줬더니 이번엔 안먹겠단다. 혼을 낼까 하다가 또 참았다. 세번정도 설명을 해줬는데도 여전하다. 이번엔 엄마가 가져와서 안먹겠단다. 책상에 갖다 놓으란다. 그래서 먹지 말라고 하고 싱크대로 가져다놓았다. 신발신고 나가자고 하였더니 난리를 친다. 한약을 먹어야 한다고... 난 그냥 무시하고 현관으로 갔는데 녀석이 싱크대로 가더니 "그럼 이거 버릴거야" 라고 하면서 컵에 있던 한약을 싱크대로 쏟아버렸다. 그리고 엄마는 나가라고. 자기는 집에 혼자 있겠다고 했다.

그리고 난 화를 냈고
녀석은 울었고
그러면서 잘못했다고, 한약을 먹고 싶으니깐 새로 달라고 했다
난 잘못을 했으니깐 벌을 받아야 하며 그래서 아침 한약은 없다고 했다
그 와중에 고집을 피우길래 현관밖으로 나갔다 왔다

어린이집 가는 길은 좀 침울했던거 같다
나역시 우울한 아침이다.

현관밖에 나갔다 오는것은 하지 말아야 겠다. 사실 요샌 거의 안한것이였는데 녀석이 혼자있겠다고 얘기해서 내가 자극받았나보다. 아마 녀석은 그게 무서워서 부러 그렇게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갑자기 든다.
그리고 화가났을 때 "그럼 나도 모르겠으니 너 맘대로 해라" 라는 태도는 잘못되었던거 같다
엄마가 맘대로 하라고 해서 녀석은 맘대로 한약을 버린걸지도 모른다
또 그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혜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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