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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 느릿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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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블로그를 읽으면서 과거 똘이 면면을 읽어내려가다보니 문득, 그립지만 여기까지만 즐겁자. 해야 할 일들이 많구나.. 그래도 몇가지라도 기억하기 위해 여기에 남겨둔다. 똘이는 요새 파운데이션 이라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읽고 있다. 밤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독서를 하는 훌륭한 중딩이다. 물론 하루에 수시로 유튜브로 축구 영상을 보느라 정신이 없고 게임에도 흠뻑~ 그래도 여전히, 엄마가 집에 들어오고 나갈때마다 정답게 안녕해주고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즐겁게 해내고 있다 예전보다 함께 있는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기회가 될 때마다 옆에 가만히 앉아본다 그럴때면 똘이는 이런 저런 얘기를 건네온다 요즘 유행하는 깡에 관해서도 좋아 하는 축구팀과 선수에 관한 품평도 그리고 혼자 나갔던 산책길에 본 풍경이야기도..
왜냐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선물이다. 하지만 점점, 왜냐고 물어볼 수 없는 사정들이 생기면서 마음에는 남겨진 질문들이 쌓인다 어떻게든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도 이젠 버려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어젯밤 남편이 나에게 "당신은 너무 순수하고 불의를 참지 못해" 라고 말해줬다. 이후로 이어진 대화의 내용을 통해 짐작해 보건대, 남편이 말하고자 하는 본의는 그럼으로인하여, 내가 야기할 수 있는 불협화음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스스로 성찰해보라는 뜻인듯 하다. 생각해보니, 이제 나도 인내를 실현해야 할 때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순간 순간 최선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긴 어렵겠지만.... 차라리 말을 아끼는 편이 나은건가..? 그러고 보면 질문할 수 있었던 때가 행복했다 무엇보다 내 말..
아빠가 6개월 2주간의 지방 생활을 마치고 내일이면 돌아온다.격주로 주말에 왔다 가는 생활이었던지라,예정되어 있던 똘이의 독립(자기 방으로의)은 자꾸 미뤄졌었다. 똘이의 첫 독립 선언은7살 무렵으로, 영어유치원을 가게 되면서 똘이 방이 꾸며졌었고 그 방에서 자겠다 하였다.하지만 막상 독립은 쉽지 않아서 똘이의 침대는 슬그머니 안방으로 옮겨졌고 그렇게 셋이서 함께 잤다 그러다가, 작년 말이 되자, 이사를 가기 전에 내 방에서 독립생활을 하겠노라 2차 독립선언이 있었다.그러나 역시 막상 겨울방학이 되고, 혼자 자야할 시기가 되자 똘이는 "함께" 쪽으로 슬그머니 넘어왔다그렇게 옛날 집에서의 독립은 물거품이 되었고새로운 집으로 이사와서는 아빠가 계속 집을 나가 있는 바람에"혼자 자기 무서워 하는 엄마를 위해" ..
이사한지 한주가 조금 지났다. 지난 주말에는 이사 후에 하고자 했던 집안 셋팅이 얼추 종료되었다. 생활을 정돈 시키고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말고 진행시켜야 되겠다. 이제 나도 이사의 경험치가 사실상 생겼다. 이번 이사는 똘이가 태어나고 처음이었고 남편과 내가 오로지 감당했던 첫 이사였다. 참 복잡하고 고민할 거리가 많았는데 담담히 끌어안고 버텼더니 어느 덧 무사히 끝났다. 처음 이사를 구체적으로 계획한게 작년 가을이고, 살던 집을 내놓은 것이 작년 말, 이 집을 처음 본 것이 올 일월이니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잘했다. 수고했다. 또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참 멀다. 그래서 감사하다.
드디어 똘이로부터의 요청이 왔다. 애기 라는 호칭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그리고, 집에서조차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평소의 습관이 은연중에 나올 수 있으니 조심 또 조심하라는 취치인듯 하다.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나는 좀 억울하다. 아직도, 밤마다 옆에서 재워줘야 하고 (안해주면 엄마가 자길 버렸다느니 강짜를 부리면서) 피곤할땐 양말도 신겨주길 바라고 가끔씩은 머리 감겨 달라고 조르면서 이게 무슨 적반하장의 요구냐는 말이다. 애기 하고 싶은것은 정작 누구인지... 여하튼, 내가 아무리 억울해도 해줘야 마음이 편하겠지. 그래, 애기 그만하자!